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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에 선 전두환, 5·18 과오 인정하고 결자해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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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2 00:50:46 수정 : 2019-03-12 23: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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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어제 광주 법정에 섰다. 그가 피고인석에 선 건 1996년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전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전씨 측은 법정에서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의 쟁점은 헬기 사격이 허위 사실인지, 회고록을 쓸 때 이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과 고의성이 있었는지다. 헬기 사격은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광주 전일빌딩 외벽에서 탄흔이 다수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검찰은 헬기에서 시민을 향해 총격이 이뤄졌다고 기록된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을 확인했다. 이 같은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전씨의 오만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회고록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재판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그러나 전씨는 재판에 2차례 불출석하다가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하자 마지못해 나왔다. 지난해 8월 첫 재판에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고, 지난 1월에도 ‘독감과 고열’을 핑계 대고 나오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면서 강원도에서 멀쩡히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기도 했다. 와병을 핑계로 재판 출석을 기피한 셈이다. 이렇게 형사사법절차를 무시해 온 전씨의 행태를 누가 납득하겠는가.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이후 39년이 지나도록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회고록에서 자신이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했다. 부인 이순자씨도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으로 공분을 샀다. 아직까지 희생자와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88세의 고령을 감안하면 역사와 시민 앞에 속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그가 죄를 뉘우칠 절호의 기회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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