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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과학기술 실용화의 디딤돌, 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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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8 00:32:26 수정 : 2019-02-28 0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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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술 적용 빗장 걷어 /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접근 / 혁신적 제품 출시 가능케 해 / 도전 분위기 지속 확산 필요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는 첫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와 행정·공공기관 고지서의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에 대해 각각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환자 상태를 보고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이나 타 의료기관 방문을 안내하는 것은 의료법상 근거가 불분명했다. 그러나 실증특례 허용으로 환자는 상시 심전도 측정을 할 수 있게 됐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이상 징후 시 내원안내를 받거나 증상 호전 시 1,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도록 안내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심의위원회는 행정·공공기관이 메신저, 문자 등 모바일을 통한 전자고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본인 확인기관이 주민번호를 연계정보(주민번호를 단방향 암호화한 정보로서 원래의 입력 값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며, 주민번호 대신 온라인 본인확인에 활용)로 일괄 변환할 수 있는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법령에 따르면 본인확인기관은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해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해서 사실상 연계정보 변환처리를 할 수 없었다. 우편고지를 모바일고지로 대체함으로써 2년간 약 900억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ICT학
2014년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가 한국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 규제 샌드박스란 기존 규제에 의해 보호되지 않거나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 모델에 대해 실험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정기간 기존 규제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등장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규제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지체 현상 때문이다. 규제지체 현상에 따른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접근하여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의 목적이다. 특히 신청기업 90% 이상이 중소벤처,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하면 규제샌드박스가 창의와 도전의 분위기 확산을 통한 혁신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심전도 측정 허용을 원격의료 허용으로 보고 반대하는 의료계나 전자고지로 인한 우편물량 감소를 우려하는 우체국의 반대와 같이 규제 샌드박스가 기존 경제, 산업질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존 제도의 변경 없이 한시적 시험적인 허용으로 혁신의 과실을 극대화하려는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에 대한 부처 간 의견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계 부처는 이해관계자 간 균형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혁신과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행 규제와 과학기술 간의 부정합, 갈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오히려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후가 더 중요하다. 최대 4년인 일시적 규제 유예기간 동안 새로운 진입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규제를 폐지해 신기술, 서비스를 합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이슈이므로 규제 샌드박스 허용 이상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허용된 신기술, 서비스와 관련된 개별 법제도별로 법제도 개선, 정비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을 원하는 간절한 바람에도 기존 질서를 보호하는 규제의 공고한 벽 앞에서 과학기술의 실용화는 번번이 좌절됐다. 이제부터라도 규제 샌드박스가 과학기술 혁신을 실용화하는 디딤돌 역할을 함으로써 규제가 과학기술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 외에 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ICT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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