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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30년 전 설 연휴에는 어떤 영화가 상영됐을까

입력 : 2019-02-02 14:00:00 수정 : 2019-02-02 01: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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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2월4일자 동아일보 14면 하단.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2019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에 맞춰 여러 편의 영화들도 이미 개봉되어 상영 중이고. 지난달 31일 기준 박스오피스를 보면,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뺑반’(감독 한준희), ‘드래곤 길들이기 3’(감독 딘 데블로이스), ‘극장판 헬로카봇: 옴파로스 섬의 비밀’(감독 김진철),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감독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박스 오피스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영화들을 몇 가지 기준으로 구분해보자면, 한국영화가 4편에 미국영화가 1편이고, 극영화 4편에 다큐멘터리영화 1편, 실사영화 3편에 애니메이션영화 2편이다. 나름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30년 전인 1989년 설 연휴 극장가는 어땠을까? 오늘은 2017년 말에 개봉됐던 ‘1987’(감독 장준환) 영화 속 시대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그때 그 설 연휴 영화들을 좀 살펴볼까 한다. 

1989년 설 연휴는 ‘설’이라는 이름을 오랜만에 되찾은 연휴였다. 1895년 ‘구정’ 대신 ‘민속의 날’ 이라는 명칭의 공휴일로 제정된 후, 1989년에는 ‘설날’이라는 옛 명칭으로 개칭됐고 총 3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런데 연휴를 맞아 상영된 영화들을 살펴보면 한국영화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1988년 12월 아세아극장에서 개봉된 ‘팁’(감독 한영렬)과 설 연휴 주말보다 한 주 일찍 명보극장에서 개봉된 ‘밀월’(감독 변장호, 1989) 등이 전부였다.   

영화 '밀월'(감독 변장호, 1989) 사진=한국영상자료원 KMDb


그렇다고 개봉 외국영화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연말 개봉한 대작들이 여전히 상영 중이었는데, 대한극장에선 ‘마지막 황제’(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87), 중앙극장에선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감독 블라디미르 멘쇼프, 1980), 스카라극장에선 ‘레드 스콜피온’(감독 조셉 지토, 1988)이 해를 넘겨 상영되고 있었다. 심지어 단성사에서 상영된 ‘다이하드’(감독 존 맥디어난, 1988)는 한해 전 9월 추석 때 개봉한 영화였다.

당시는 영화 한 편이 극장 한두 곳에서 개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흥행이 되면 장기 상영으로 이어졌다. 요즘과는 다른 극장 흥행방식이었다.    

1980년대 후반은 국내 영화계 입장에서 볼 때 격변의 시기이면서 위기였다. 1986년 영화법 개정으로 1987년 국내 영화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영화가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260여 편이 수입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외국인도 국내에서 영화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이 국내에 지사를 차리기 시작했고, 본인들의 영화를 ‘직배’ 즉 직접 배급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국내 영화사가 외국영화를 수입해올 때까지 상당한 시기가 걸렸다. 그나마도 연간 20여 편 정도만 수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100편이 넘는 영화들이 수입되고, 그 중 할리우드 영화들 중 상당수가 직배됐다는 것은 격변이라 할 만한 변화였다. 수십 년간 영화 제작과 수입을 독점하던 한국 영화업계에는 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약 10년 동안 한국영화는 소위 ‘암흑기’를 겪었다고 평가된다. 이 시기에 영화 시나리오 사전 검열제가 폐지돼 일부나마 표현의 자유도 확보가 됐지만, 1990년대 중반이 되면 극장을 찾는 관객들 중 약 5분의 1 정도만 한국영화를 보는 상황까지 간다. 아마 20~30년 후인 2017년 설 연휴에 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한편 1989년 관객들 입장은 업계 입장과는 좀 달랐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뉴스로만 접하던 외국영화들을 좀 더 많이 빨리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980년대 초 공연법 개정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관들이 쉽게 개설되면서 소극장이라고 불리는 작은 영화관들이 많이 들어섰고, 수입된 많은 영화들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개봉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더 많아졌다.

당시 신문 광고를 찾아보면 1989년 설에도 꽤 많은 외국영화들 특히 액션영화들이 상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새 서울 기준 10여 개였던 개봉관 독과점 시대는 끝나가고 있었다. 그 밖에 1989년부터는 영화 상영 전에 의무적으로 상영되던 ‘애국가 영화’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설 연휴에도 꽤 많은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쉬는 동안 멀티플렉스 영화관부터 소규모 영화관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만나시기 바라본다. 직접 영화관을 찾지 못한다면 IP TV나 인터넷,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을 활용한 '즐거운 영화 관람 생활'도 응원해본다.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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