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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母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말뿐인 위로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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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스토리] 故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인터뷰 부모에게 속 한번 썩인 적이 없고 빛같은 존재였던, 어려서부터 기쁨을 주던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은 지 한 달. 그동안 어머니의 속은 새카맣게 타버렸고 눈물샘은 매말라버렸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동설한의 거리를 누비며 ‘위험의 외주화 종식’을 외치고 다니느라 입술도 부르텄다. 아들처럼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어머니의 한맺힌 호소는 울림이 컸다. 국회는 결국 지난달 27일 원청의 안전보건 조처 의무를 확대한 내용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일명 김용균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머니의 안도는 잠시, 법안에 허점이 적지 않아 실망했다. 도급을 금지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에 도금이나 수은·납·카드뮴을 다루는 업무로 한정한 게 대표적이다. 아들이 생전에 맡았던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는 해당이 안 됐다. 법안에는 아들 이름을 갖다 붙였는데 정작 아들이 일했던 업무 분야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김미숙씨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째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그간의 소회 등을 밝히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김미숙(49)씨가 “아들의 죽음 이후 달라진 게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 힘없이 고개를 저은 배경이다. 서부발전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아들 김용균(24)씨를 잃은 지 한 달 되던 날이다. 그동안 김용균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쫓아다니고 전국을 돌며 추모제와 기자회견 등에 참석하느라 수척한 모습이었다.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 세계일보와 인터뷰 직전 체증을 가라 앉히려고 직접 손을 따기도 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믿기 어렵다.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도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지 않으냐”며 “공무원들이 (대통령 지시를) 안 따라주는 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계속 그리 해온 것처럼 (정부가) 말로만 하겠다는 느낌”이라고 불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억울하게 죽은 용균이와 유사한 사고가 다신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용균씨와 관련한 대부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김용균씨가 숨지기 열흘 전쯤인 지난달 1일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찍은 사진.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제공.

“힘들다. 잠을 거의 못 잔다. 2~3시간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 하지만 애 죽고 나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은 누명을 밝혀야 하고 지금 이때 나서지 않으면 (사안의 관심이 떨어져) 아무것도 못 이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한다. ‘나라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용균이 동료들을 살릴까’ 자다가도 이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데 그럴 때면 휴대폰에 이것저것 적는다. 그것들을 (집회에서)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아들을 갑작스럽게 잃고 매우 고통스러웠을텐데 어떻게 이런 치열한 삶을 선택하게 됐나.

“용균이가 일한 곳(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을 가봤는데 너무 열악했다. 요즘 사회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만큼 까무러질 정도였다. 애가 죽었을 때의 모습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너무 끔찍했다. 발전소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업 아닌가. 그동안 사고가 나면 (축소)은폐하려고만 해 8년간 12명이 죽었다. 용균이 전에 11명이 죽으면서 나처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아들도 죽은 거다. 그것 때문에 한이 너무 깊다. 나라도 나서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비정규직이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는 구조적인 실태를 모르는 시민이 너무 많았다. 청년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위험한 상황에 (발을) 내딛는데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아들이 일했던 현장을 직접 둘러 본 김씨에 따르면 발전소 내의 작업시설 모두가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었다. 협소하고 미로같은 통로,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등산화를 신어도 탄가루 때문에 미끄러운 바닥, 석탄 가루가 날려 시야가 어두운 작업장 등 자칫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면 누구나 큰 변을 당할 수 있었다. 용균씨도 낙탄이 생긴 부분을 휴대전화 플래시로 비춰보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6층 높이의 작업시설을 둘러보다 미끄러져 옆에 뭔가를 잡으려고 했는데 한 직원이 ‘평소에 회전체(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받치고 있는 설비)가 돌아가는 곳이라 운행 중에 잡았다면 큰일 났을 거’라고 했다”며 “조금만 삐끗하면 6층 높이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안전장치 하나 없는 계단을 내려올 때는 뒤로 걸어 내려와야 한다. 먼지와 분탄가루는 계속 날리고 마치 전쟁터에서 폭탄 터지듯 엄청난 소리가 나 귀가 찢어질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용균씨 동료들은 “발전소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설비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발전소는 ‘위험’에 노출된 상황인가?

“국회의원들 다녀간다고 대대적인 물청소를 실시해 조금 깨끗해졌다는 것과 ‘풀코드 스위치(비상 정지 장치)’가 당겨져 있는 정도만 빼곤, (사고 전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고속 회전체가 있는데 다른 발전소는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으로 안전장치가 돼 있다고 한다. 태안발전소는 그런 것도 없었고 탄가루가 떨어지면 구멍으로 내려가는 식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는데 (회사 측에서) 근로자들의 요구를 안 들어줬다고 한다. 화장실도 없어 6km 거리를 걸어 가야한다. 그곳의 비정규직은 인간 이하 대접을 받고 있는 거다.”

-산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안법 통과됐다고 들었을 때 책임자 처벌이 강화되면 우리 용균이 그렇게 만든 사람들 확실히 벌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강한) 처벌때문에라도 원청이 (하청)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 보호시설 만들어주고 할 거라 생각해 그토록 (법 통과)에 매달렸다. 그런데 형벌의 상한선은 높아졌지만 하한선이 없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건 똑같다. 용균이 동료들도 (위험의 외주화 범주에) 안 들어갔는데 새로 진일보한 김용균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안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원청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사고가 반복 되면 최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과거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았던 점을 들어 처벌 하한선을 정하지 않는다면 처벌수위를 상향해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2007년부터 10년간 산안법 위반 혐의로 열린 형사재판의 절반 이상이 벌금형에 그쳤고 벌금 액수도 500만원 수준인 등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용균씨가 생전에 어머니 김미숙씨와 단란했던 모습을 찍은 사진.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제공.

-진상조사 전까지 문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뜻은 변하지 않은 건가?(문 대통령은 산안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튿날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김씨가 거부한 바 있다.)

“산안법도 통과되고 대통령을 만나면 (용균이 사고가) 이제 끝나는 걸로 될 수 있는데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 처벌 등이 전혀 이뤄진 게 없는 상황에서 ‘위로 차원’의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태안에 있을 때도 의원들이 왔다갔는데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해주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위로만 할 뿐 책임 있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듣기 싫었다. 우리(유족) 입장에선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서 용균이가 자기 과실로 죽었다는 누명을 벗고 책임자를 처벌한 뒤에나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우원식 의원 등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1일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태안군보건의료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진정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라고 남긴 뒤 김씨 등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서부발전이 대기업이고 국가기업이라는데 이렇게 근무 환경이 열악해 너무 놀랐다”면서 “지금까지 안전(사망)사고가 12명 발생했다는데 그동안 진상규명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을 거다”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근본 원인은 외주화인데 거기에 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니 이중으로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며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도록 철저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활동과 바람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진상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발표된 게 없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인권을 찾고 당당하게 어느 자리에 있든 사고 나지 않고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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