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면서 곳곳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새해에는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한결 빠르게 더 넓은 범위로 몰려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드론은 정부가 육성 중인 7대 신산업의 하나로 선정된 만큼 혁신성장의 날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기술인 AI 분야에 올 한해 사활을 걸고 승부수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의 건설기계 전시회인 ‘바우마 차이나’(Bauma China). 이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전시장에 설치된 5세대(G) 원격제어 스테이션에 앉았다(사진). 박 회장이 굴착기 운전석만 따로 떼어놓은 것 같은 스테이션의 모니터를 보며 조종간을 움직이자 중국 상하이에서 약 880㎞ 떨어진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 있는 굴착기가 원격으로 작동했다. 조종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인천 동구에 마련된 시험 작업장에 있는 28t급 대형 무인 굴착기는 육중한 팔을 움직이며 흙 퍼내기, 흙 붓기, 땅 고르기 같은 작업을 척척 수행했다. 가상 시뮬레이션 혹은 근거리 원격제어가 아니라 실제 장비로 국가 간 초장거리 건설기계 원격제어가 이뤄진 것이다.
시연 과정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저지연 영상송신기가 한몫했다. 인천 굴착기에 장착된 5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작업현장의 영상 데이터는 고압축, 초저지연으로 상하이 원격제어 스테이션에 설치된 모니터로 전송됐다. 말단의 무선 구간 통신에 5G 기술이 활용돼 작업명령 전달신호가 무인 굴착기까지 전해지는 시간은 0.08초에 불과했다. 이 같은 중장비 원격제어기술은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기 어려운 위험 지역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중장비 원격제어기술은) 지뢰제거 등 위험 지역에서 우선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격제어기술 이후에는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로 범위를 넓혀 드론을 활용한 3차원(3D) 측량, 작업량 산출 및 시공계획 수립 자동화, 건설기계 간 협동 등 건설 현장의 자율 작업과 무인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원격제어처럼 다양한 중장비가 투입되는 각종 산업 현장에서 스마트기술이 뜨고 있다. 3차원 설계기술인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해 건물을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공장에서 건설 부재를 모듈화해 제작한 뒤 AI를 탑재한 건설로봇으로 조립·시공을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드론과 IoT 센서, 초소형 로봇 등을 활용해 시설물의 이상 여부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하는 시스템 개발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2030년까지 로봇·드론 등을 활용한 건설업계 스마트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는 2025년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기반 구축과 2030년 건설자동화 완성을 목표로 한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 상정했다.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하면 건설대상 부지를 드론이 촬영해 신속 정확하게 자동 측량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설계가 이뤄지며 시공 시뮬레이션 후 최적의 공정계획에 따라 건설장비가 투입된다. 또한 원격 관제에 따라 건설장비들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공장에서는 사전 제작한 부재들을 현장에서 정밀하게 조립한다.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요소를 알려주고 통제해 안전도가 향상되며 시공과정을 디지털화해 플랫폼에 저장하고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건설 과정에서 생성되는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빅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해 건설을 정보 기반 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건설 분야에 ICT와 드론, 로봇 등 다른 분야의 기술을 도입하고 융합할 예정이다. 공정별로 설계 단계에는 측량과 BIM을 활용한 디지털 정보 모델을 정착시키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계 자동화를 추진한다. 시공 단계에선 건설장비 자동화, 조립시공 제어 등 기술을 개발해 시공 전반을 자동화한다.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로봇과 드론이 시설물을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건물 구조를 가상 모델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통한 시설물 유지관리 체계를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민간의 기술 개발을 유도할 계획이다.
공공발주제도를 활용해 스마트 기술 개발 여건을 조성하고 기술의 진입장벽이 되는 각종 규제도 개선된다. 모태펀드를 조성해 민간자본의 유망기술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존 기술과의 분쟁 해소를 지원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공공의 기술 개발이 필요한 분야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해 핵심기술을 보급할 방침이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핵심인 BIM이 시장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공공사업에 BIM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발주청을 통해 스마트 건설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기술 혁신 로드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정 개정, 연구개발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관계 부처, 민간기업, 학교 및 연구기관 등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5년 스마트건설 구축을 목표로 △건설 생산성 50% 향상 △건설 안전성 향상(사망자 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1.66명→1.0명) 등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공공의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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