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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세상의 씁쓸한 자화상…‘현피’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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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4 20:40:31 수정 : 2018-12-14 20: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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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게임 폭력성 때문이라는 논란/실제 현피 사례는 많지 않아 지난 13일 오전 2시,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선릉역 인근도 새벽시간에는 한산했다. 당시 한 20대 여성은 피가 낭자한 한채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이 여성은 또 다른 20대 여성에게 칼로 목 부위를 수차례 찔려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었다. 이 둘은 FPS(1인칭 슈팅)게임인 ‘서든어택’을 하다 만난 사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남자행세를 하며 이 여성과 게임상에서 알고 지냈다. 사건 당일 남자행세를 해온 것이 들통나자 가해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고, 이에 격분한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가해자를 입건하고 자세한 사건경위를 파악 중이다.

게임 속 다른 사용자를 공격하는 이른바 ‘현피’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간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었고, 게임업계에서는 단순히 게임 때문이라는 이유로 게임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국을 강타한 배틀그라운드 등 폭력성을 내포한 FPS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현피의 원인은 게임일까, 사람일까. 게임을 둘러썬 각종 논란을 살펴봤다.

◆게임으로 고등학생 살해에 선릉역 칼부림까지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피란 게임 내 다른 사용자를 공격하는 이른바 피케이가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게임 속 불화가 현실에서 보복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현피는 잊을때만 하면 터져나오며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조성해왔다. 2010년 대구에서는 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리니지 게임 방송 중 상대 길드 회원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또 2012년에는 강릉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욕설을 주고 받다 실제로 폭력을 휘두른 30대 남성들이 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2008년에는 대구의 초등학생 20여 명이 온라인게임 중 욕설을 주고받다 실제로 만나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현피가 사회적 우려가 되는 것은 단순 폭력이 아니라 상해와 살해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2012년에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공원에서 대학생이 온라인에서 만난 고등학생에게 살해된 사건까지 발생하며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폭력적인 게임 중독이 질병인가 WHO 논란

의료계는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게임의 폭력성으로 인한 폭력적인 성향 증대와 중독을 대표적인 게임의 문제로 꼽아왔다.

‘2018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에 참석한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최근 게임이나 도박 중독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도박성 게임 중독은 다른 중독에 비해 훨씬 만성적이고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은 나뉜다. 일부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으로 인해 폭력성이 표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게임의 공격성이 오히려 내면의 갈등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질병분류 제11차(ICD-11) 개정판에 게임장애(게임중독)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기로 하고, 다음해 5월 열리는 WH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의 불을 붙였다.

WHO의 질병 코드화로 등재될 경우 의료업계는 보험수가나 정부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게임산업은 새로운 논란거리를 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셧다운제도’에 ‘온라인 게임규제’, ‘웹보드 게임규제’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할말 많은 게임업계 “게임과 현실은 별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현피의 원인을 게임의 폭력성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는 것이다.

대형 게임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게임 유저들 대부분이 게임으로 인해 폭력성을 띄거나 현피를 하지는 않는다며 극 소수의 사례를 갖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오류가 있다며 게임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보다 즐기는 문화로 게임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이나 젊은층은 게임 자체에 흥미를 느껴 몰입하는 반면 중년들은 우울증·불안장애·불면증을 해소하려는 수단으로 게임의 세계에 빠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릉역 사고와 같이 현피로 인해 피해자가 나올 경우 마치 게임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돼 업계도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하지만 게임을 하는 많은 유저들이 폭력성을 갖고 있거나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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