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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상 범죄 대응 고육책” vs “여성만 면죄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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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폭방지법’ 놓고 갈등 격화 / 성별로 가해·피해자 나눈 첫 법률 / 찬성측 “미투 운동 첫 성과” 강조 / 반대측 “역차별… 男피해자 더 많아” / “국가, 피해자 지원 임의조항 변경” / 일각선 원안보다 대거 후퇴 지적
“여성에게만 면죄부를 주자는 악법 중의 악법” vs “교묘해지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것”.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여폭방지법)을 두고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이 피해자를 여성으로 국한해 ‘여자=피해자, 남자=가해자’라는 도식화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1호 법안’으로서 의미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가뜩이나 불이 붙은 남녀 성 대결 양상에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가세해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올해 2월 대표 발의한 여폭방지법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여성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차 피해 개념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 재석 의원 188명 가운데 163명이 찬성해 10개월여 만에 통과됐다.

그러나 여폭방지법의 본회의 통과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비판의 주된 논지는 전례 없이 성별에만 기초해 가·피해자를 나누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주로 남성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잇따랐다. 3만5000여명이 동의한 한 청원글 작성자는 “국민을 성별에 관계 없이 동등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폭방지법 비판 진영에서는 남성들이 되레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력범죄 피해자는 남성 2만7274명, 여성 2만3499명으로 남성이 다소 많았다. 폭력범죄의 경우 남성 피해자가 29만3086명, 여성이 9만4453명으로 그 차이가 훨씬 컸다. 반면 정춘숙 의원은 “강력 흉악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89%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또 최근 급증한 디지털 성범죄 등 신종범죄 역시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지난 5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 도중 한 여성 모델이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게 한 예다. 여성가족부도 “가·피해자를 성별로 특정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논란의 소지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폭방지법을 지지하는 이들은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등 여성이 주로 피해자가 되는 범죄들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해 줄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맞선다. 여성들은 해당 법안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한국 사회에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결국 고개를 숙이는 건 여성 아니냐”며 “특히 2차 피해에 있어선 여성이 분명 약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여폭방지법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를 지원하도록 한 조항이 당초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바뀐 탓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성명을 내 “피해자 지원 관련 조항이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며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고, 피해자 범위를 축소하려 시도한 점도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설사 남성이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지라도 성을 기준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건 옳지 않다”며 “여성을 일방적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 역시 되레 차별과 혐오를 불러올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이어 “가뜩이나 남녀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사회적 분위기나 인기에만 영합해 논란을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청윤·김주영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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