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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생명력 담은 산호색… 밝고 따뜻한 에너지 ‘듬뿍’

입력 : 2018-12-12 03:00:00 수정 : 2018-12-11 19: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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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 선정 2019년의 색 ‘리빙 코럴’ / 황금빛에 녹아든 오렌지 / 인간 온기·자연의 숨결 담아 / 복잡한 현대인의 삶에 / 정서·철학적 에너지 선사 / 1999년부터 ‘올해의 색’ 발표 / 세계적 흐름 살펴 선정 / K팝 스타일도 참고 / 패션·화장품 등 큰 파급력 / 액세서리·홈 인테리어 / 코럴색으로 변화 주면 / 색채 감각 좋아지고 / 재미·새로움 얻을 수 있어
“산호는 해양 생태계에서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먹이도 되잖아요.
그런 지속 가능성과 생명의 느낌을 전하려 했어요.”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하는 미국 색채전문기업
팬톤이 지난 6일 ‘리빙 코럴’(Living Coral)’을 내년을 상징하는 색으로 점찍었다.
리빙 코럴은 황금빛에 밝은 오렌지 색조가 더해진 산호색이다.  따뜻하며 밝고 활기 찬 느낌이다.


‘올해의 색’ 선정을 이끈 팬톤 색채연구소(PCI)의 아드리안 페르난데즈 팬톤 수석부사장과 리트리스 아이즈먼 상임이사를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아이즈먼 이사는 “‘리빙 코럴’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색감은 사람 간 상호작용과 연대를 갈망하는 현대 소비자에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며 “부담스러운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이 색이 정서적·철학적으로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톤 측은 이 색을 고른 핵심 요인으로 ‘따뜻함에 대한 욕망’ ‘감정의 연결’ ‘자연이 주는 에너지’ ‘복고’ ‘환경’ 등을 들었다. 기술 발달이 빨라질수록 인간의 온기와 자연의 숨결을 그리워하리란 분석이다.

1950년대 세워진 색 전문 기업인 팬톤은 1999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색’을 발표해왔다. 연구소 전문가들이 세계를 다니며 각종 산업·문화에 쓰인 색들을 관찰하고 후보군을 뽑는다. ‘올해의 색’이 발표되면 패션·화장품·포장·산업 디자인 등에 파급 효과가 크다. 그해의 욕망을 대변하는 색상이라 다량으로 쓰이는 만큼 온 세계가 팬톤의 발표를 주시한다. 2016년의 경우 ‘세레니티·로즈쿼츠’가 꼽히자 유독 연하늘·연분홍 가방이 많이 출시됐다.

페르난데즈 부사장은 “매년 발표할 때마다 영향력이 급증한다”며 “올해는 발표 후 하루도 되지 않아 전 세계 보도 건수가 80억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5억, 그 전년도의 30억건보다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의 색’ 발표는 직접적으로 큰 수익이 되는 건 아니지만, 팬톤 이름이 전 지구에 퍼지기에 홍보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색’ 선정 과정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흐름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연예산업도 빼놓을 수 없는 관찰 대상이다. 아이즈먼 이사는 “어제도 TV에서 K팝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 가수 의상과 조명이 세계적으로 색이나 다른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K팝을 우상으로 여기니 스타일을 따라하게 되잖아요. 맨 처음 K팝을 봤을 때는 패션이 지금처럼 세련되고 정교하지(Sophisticated) 않았어요. 의상들도 젊은 색상이지만 원색이 많았죠. 그런데 어제 우연히 TV를 보니 패션이 굉장히 세련되어져서 놀랐어요. 전반적으로 오렌지색이 쓰였고 블루, 레드, 옐로 줄무늬가 들어간 옷이었는데, 패션 런웨이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세련됐다고 느꼈답니다.”

그는 ‘한국에서 느낀 색’으로 ‘그리너리(greenery·녹색 나뭇잎)’를 택했다. 10년 전 첫 방문 후 여러번 한국을 찾은 그는 대도시에 있다가 서울 인근으로 나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맨 처음엔 대도시에 먼저 왔죠. 대도시는 거의 비슷하잖아요. 휘황찬란하고 고층빌딩 숲이죠. 하루는 저녁식사를 하러 교외로 갔어요. 얼마 이동하지도 않았는데, 풍부한 자연이 펼쳐지더라고요. 그때 한국의 느낌이 바뀌었어요. 한국에서 받은 인상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그리너리입니다.”

색 전문가인 그는 분석에도 뛰어났다. 겨울을 맞아 검정·회색을 주로 입는 한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색을 묻자 “같은 한국인이어도 사람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추천하기가 어렵다”며 “검정·회색·남색은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 색상이긴 하지만 개개인을 놓고 보면 뉘앙스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는 “머리 염색이 붉은 계열이고 갈색 눈을 가졌기에 따뜻한 톤”, 통역자에게는 “어두운 머리 색과 눈을 가졌기에 쿨톤이 맞다”고 추천했다.

그처럼 색 감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이를 피아노 배우기에 비유했다. “3살 때 악보 한 번 보고 건반을 두드리는 신동은 따로 있지만 일반인도 피아노를 배워서 가족을 즐겁게 해줄 수 있듯” 색채 감각 키우기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재능이 없어도 책을 보거나 미술관·백화점에 가고 TV·영화에 어떤 색이 쓰이는지 보는 등 주변 색들을 관찰하면 색채 감각이 좋아진다고 장담했다. ‘올해의 색’ 등으로 일상에 재미와 변화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빙 코럴’을 위해 피부·머리색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에요. 옷장에 있는 검정·남색 옷들을 내다버릴 필요도 없어요. 산호색 액세서리로 변화를 줘보거나 베개, 양초 등에 ‘올해의 색’을 적용하면 재미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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