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이 비핵화 쪽으로 옮겨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매사가 그렇듯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발전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행보를 취해왔다. 미국에서 한국의 단독 행동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경고성 발언이 나올 정도로 한·미 공조가 삐걱거리기 일쑤였다. 최근 한·미 워킹그룹이 설치돼 대북 정책 조율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문제) 해결은 중국과 모두에게 위대한 일”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출 것을 중국에 거듭 촉구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계기로 중국과의 대북 공조를 회복해 국제적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대북 압박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기는커녕 얼마 전 유럽을 방문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선 것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그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남북관계 발전을 서두르기보다 비핵화에 집중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말의 성찬은 그간의 숱한 합의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북한이 그 합의를 지키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해야 할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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