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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1980년대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례였지만 검찰이 당시 정부 외압에 굴복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한 가운데,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표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이다.
문 총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이룸센터를 찾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인권침해의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피해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사건은 1975~87년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아 수용시설이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났다. 무려 12년 동안 이어진 인권 유린 사건이다. 87년 3월22일 형제복지원에서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그 실체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전국 규모의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위해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내부무 훈령 410호를 75년 12월15일 제정했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 410호를 토대로 개설됐으며,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무연고 장애인과 고아, 노숙인 등을 상대로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격리 수용하고 노역·폭행했다. 특히 복지원이 운영됐던 시기는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명분 삼아 전국에서 부랑자 단속이 심했던 때였다. 덕분에 사건에 연루된 혐의자들이 부산시청과 부산 경찰 등 공권력의 비호와 도움으로 범죄를 일삼을 수 있었기 때문에 추후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2013년 3월22일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사건의 진실 규명과해결방안 모색을 취지로 한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와 재판' 토론회였는데,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소속으로 사건 검사를 맡은 김용원 변호사는 수사 검사로서 당시 정황을 직접 전했다.
당시 사건을 처음 공론화시켰던 김 변호사에 따르면 1986년 12월 초순 울산 울주군 청량면에 위치한 산에서 꿩 사냥을 하던 중 경비원들이 인부들을 몽둥이로 무참히 구타하는 한 작업장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실태를 알게 됐다.
김 변호사는 이듬해 1월 초순까지 자체 수사를 통해 형제복지원의 박인근 원장이 부랑인 3000명 정도를 수용한 뒤 강제 노역을 시키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85년 18억원, 86년 21억원의 국가 및 부산시 지원금을 수령한 전국 최대 규모의 복지시설이었다. 박 원장은 당시 전두환 정부로부터 형제복지원 설립과 운영 공로를 인정 받아 81년 4월 국민포장, 85년 5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각각 수상했다. 아울러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에도 임명됐다.
김 변호사 87년 1월16일 부산지검장의 승인 하에 정식 영장을 발부받았고, 울산에서 100여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이튿날 울주의 작업장을 덮쳤다. 작업장은 일반적인 사회복지시설이 아니었다고 한다. 곳곳에 자물쇠가 걸려 있어 감금 시설을 방불케 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박 원장실에 놓여 있던 대형 금고에서는 20억원이 넘는 각종 예금증서와 달러화, 엔화 등이 쏟아져나왔다.
김 변호사는 수개월에 거친 조사 끝에 이후 원장이 국고 보조금 39억원 중 약 3분의 1에 가까운 11억4000만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원장은 국고 보조금 중 일부를 주식비나 부식피, 피복비 명목으로 횡령했으며 고급 아파트와 골프 회원권을 구매하는 등 사치를 일삼았다.
또한 3000여명의 복지원 수용자들을 사실상 무보수로 활용해 박 원장이 소유한 땅 위에 봉제공장과 목공소, 철공소 등을 건설했는데, 하루 10시간씩 무보수로 강제 중노동을 시키며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정황까지 포착했다.
수용자들은 주로 시레기국과 해장국 등을 먹으며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각종 작업장에 배치되 쉴 새 없이 일하며 노동력을 착복당하고 있었다. 이후 밝혀진 조사에서 작업장 수용자가 말을 듣지 않아 구타해서 살해한 사건까지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은 군대식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작은 왕국이었고 원장은 왕이었다"라며 "수용자들은 군번 비슷한 수용번호를 부여받아 내무반 생활을 하였으며 소속 소대장과 중대장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75~87년 복지원에서 사망한 수용자의 수는 513명이었다. 구타로 사망했어도 의사들은 자연사(自然死)를 했다고 진단서를 끊어줬다. 또한 의대에 시체당 300만-500만원에 실습용으로 팔려나가곤 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박 원장으로부터 다른 지역의 복지원 원장들이 수천만원씩 차용했으며, 수용자들을 노예 임대 형식으로 복지원 간 몇달씩 빌려주고 돌려 받는 행위를 한 사실까지 밝혀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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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말부터 1987년까지 구타 살인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한 신문 기사의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
김 변호사는 또 검사장이 87년 2월26일 박 원장에 대하여 구형을 얼마나 할 것인지 미리 물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징역 20년을 구형하겠다고 하자, 검사장은 15년, 검찰총장은 10년을 명령하는 등 검찰 윗선에서 구형을 줄이라는 압박이 들어왔다고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같은해 4월10일 박 원장의 횡령 액수를 11억4254만원으로까지 파악했으나 '직무상 명령'이라며 대검찰청과 부산지검 윗선에서 7억원 이하로 하라는 압력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이틀 전인 5월18일 횡령액수를 6억8178만원으로 축소 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횡령액이 1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라 무기징역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었는데, 정치권 외압 등에 의해 감액됐다고 보았다.
김 변호사는 박 원장을 기소하고 구형을 징역 15년과 벌금 6억8178만원으로 유지한 데 따른 보복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안부대의 장교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감시를 받았고 사무실과 집 등의 전화가 모두 도창됐다고 털어놨다.
김 변호사는 박 원장에 대한 형량이 재판이 거듭될 수록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6월 23일 열린 1심 판결에서는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11월12일 1차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사라진 징역 4년만 선고 받았다.
이듬해 7월7일 열린 2차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89년 3월15일 열린 3차 항소심에서 대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당시 사건의 핵심인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2년6월형은 특경법(업무상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등 인권 유린과는 관련이 없는 죄목이었다.
박 원장은 2016년 숨져 단죄할 수도 없게 됐다.
문 총장은 지난 20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 절차를 통해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 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돼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재판을 다시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비상구제 절차다.
검찰은 부산형제복지원과 관련해 무죄 판결의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 410호가 위헌·위법하다고 봤다. 사건 심판에 법령 위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와 재판' 토론회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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