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열린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한 번의 파행과 세 번의 정회 끝에 자정을 넘겨 마무리됐다. 장남의 위장전입 및 차남에 대한 증여세 고의 지연 납부,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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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중 장남의 위장전입과 관련한 질의가 눈길을 끌었다. 야당 의원들이 자녀의 ‘강남 8학군’ 입성을 위한 것 아니었냐고 다그치자, 조 후보자는 “아들이 당시 만연했던 학교폭력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외국 생활 중 귀국한 아들이 교실에서 이뤄지던 체벌과 폭력에 놀라 학교 생활을 어려워했고,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키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어떻게 과도한 교육열의 상징인 강남 8학군 진학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납득은 어려웠지만, 그는 “아들만 생각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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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순 정치부 기자 |
교실에서 멍든 영혼이 어찌 그의 아들 하나뿐일까. 그러나 ‘아버지 조명래’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그저 사회지도층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이 겹쳐 떠올라 씁쓸했을 뿐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대학을 부정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에 공분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 게 불과 2년 전이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은 조 후보자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위장전입 등 의혹이)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질의는 울림이 있었다. 이 대표는 “자녀분이 겪은 일은 가슴 아프지만, 내 자식을 탈출시킬 수 있는 지위나 권력이 아니면,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 방치되는 게 계급사회”라며 “환경정의에 힘쓰시겠다는 분이 왜 사회정의나 교육정의에는 무관심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장에 모인 의원들을 향해서도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바로잡으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환경정책에 대한 그의 소신이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국민이 정책을 다루는 장관들과 그 자질을 검증하는 정치인에게 진정 바라는 것은 소모적인 공방보다는 공감이다. “제 아들이 공부한 만큼 봉사하고 싶다”던 조 후보자의 약속이 언젠가는 꼭 지켜지길 바라는 이유다.
김민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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