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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나이가 어딨나"… 들끓는 '소년법 폐지' 여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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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4 11:00:00 수정 : 2018-10-14 14: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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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10대 범죄에 높아지는 “처벌 강화” 목소리
지난해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산 여중생 사건’ 가해자들이 집단 폭행을 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세계일보 자료사진
#1.지난달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70대 노인의 얼굴 사진에 온라인 공간이 분노로 들끓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상가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는 A(79)씨의 왼쪽 눈과 뺨에 상처가 나고 이가 부러진 사진들이다. A씨의 손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10대 두 명이 만취한 상태로 할아버지를 폭행했다”며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인데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까 두렵다”고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가해자 신모(18)군과 최모(18)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2.전북 전주시에서는 중학생 B(13)양이 동급생 3명에게 두 달 넘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 측에 알렸으나 이 중 2명에게 전학과 특수교육 처분만 내려져 논란이 됐다. 나머지 한 명은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지만, 이들이 현행 형사 미성년자 기준인 만 14세 이하라 형법에 따라 처벌하지는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는 미성년자와 성인 구분 없이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게시글이 빗발쳤다.
술 취한 10대 두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70대 경비원의 얼굴 사진. 왼쪽 눈과 뺨에 상처가 나고 이가 부러졌다. 페이스북 캡처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강력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입증돼도 대부분 형법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단순히 처벌 대상을 확대하거나 그 수위를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댓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미성년 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수원 경비원 집단폭행 사건’과 ‘전주 여중생 성폭행·추행 사건’ 외에도 충북 제천시에서 13세 중학생이 이웃집 초등학생을 흉기로 찌르거나 청주시에서 15세 여중생이 술에 취해 달리던 승용차를 빼앗아 운전하는 등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 따른 여론으로 보인다. 대부분 “미성년자들의 범행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데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내용들이다.
미성년자 범죄가 잇따르면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실제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강력범죄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경찰청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검거된 만 14∼18세 소년범(형법상 범죄소년)은 총 39만8917명이다. 하루 평균 218명 이상 검거된 셈이다. 그나마 소년범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강간과 폭력 등 강력범죄로 검거된 소년범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폭력은 2014년 이후 4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소년법 적용을 받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년법 적용 대상이 되면 형사부가 아니라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를 받는다. 소년부에서 내리는 보호처분으로는 사회봉사명령과 소년보호시설·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 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모두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처분들이다. 죄질이 나쁠 경우 검사의 판단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게 할 수도 있으나, 형량은 제한된다. 만 18세 미만은 2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단기 5년, 장기 10년이 최대 형량이다.

이런 점 때문에 소년법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소년법 폐지를 주제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벌써 두 번이나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이 참여해 정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 국민청원 답변에 직접 나와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한 살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소년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하진 않았다. 대신 국회에 발의돼 있는 소년법 개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청소년 재범 방지를 위한 각종 교화 방안도 발표했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청소년 범죄는 처벌 강화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 예방과 교화에도 힘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범죄심리학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교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결국 유영철을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피눈물도 생각해야 한다”며 “21세기 범죄 대응은 단연코 강한 처벌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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