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는 현재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 등 22개 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설치된 경찰개혁위원회는 1년여간의 활동을 끝내고 지난달 해산됐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인권침해조사위와 경찰개혁위원회 두 곳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 등이 포진한 인권침해조사위는 2009년 불법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원 대상 손배소,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투쟁대회’ 주최 측에 대한 손배소 취하를 권고했다. 경찰개혁위도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를 보더라도 고의성이 없으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사실상 공권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문제는 이런 권고안을 경찰 수뇌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따라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구속력이 없는 조사위의 권고는 권고로만 들어야 한다. 공권력을 훼손하고 국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일선 경찰은 물론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경찰 내부에선 권고안 수용 여부를 놓고 수뇌부와 실무진 사이에 갈등을 빚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눈과 귀는 권력이 아닌 국민을 향해야 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작금의 경찰 위원회 활동을 보면 이 말이 지켜진다고 보기 어렵다. 정권이 주문하는 현안을 위원회에 떠넘겨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경찰 수뇌부의 책임도 크다. 경찰청장은 위원회의 부당한 권고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면 법치는 무너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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