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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행정지원이냐 지뢰제거냐…대체복무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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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0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제도 시행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체복무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6월 28일 대체복무제가 포함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병무청, 법무부 등이 참여한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을 신설해 대체복무 정부안을 구상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제를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까지 제안된 대체복무안을 살펴보면 대체복무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치적 입장 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대체복무 대상 분야만 해도 지뢰제거나 국가유공자 지원 등 보훈 업무부터 사회복지, 공공안전까지 폭넓게 거론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다음달 정부안을 발표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치권이 발의한 대체복무안과 함께 법안 심사가 진행될 경우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육군 장병들이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땅속에 묻힌 지뢰를 찾고 있다. 육군 제공
◆신청 자격, 근무지, 복무 형태 놓고 격론 가능성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복무중인 사람도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복무중인 사람의 대체복무 신청에 찬성하는 측은 “군에 입대한 뒤에도 집총이나 전쟁을 거부하는 신념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대체복무를 도입해도 양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박주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용주 의원이 제출한 대체복무 관련 법안은 이같은 주장을 반영한다.

반면 “신념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데, 군사훈련을 경험한 뒤 양심을 주장하는 것은 신뢰하기 힘들다”며 허용 불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제출한 법안과 2007년 국방부가 검토했던 대체복무제가 이같은 주장을 담고 있다.

복무기간과 분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부터 논란을 빚어온 핵심 사안이다. 복무기관과 관련해 정부는 육군 병사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과 1.5배인 27개월을 검토하고 있다.

36개월은 영내에서 24시간 복무하는 현역 병사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전문연구요원 등 다른 대체복무자들과의 형평성 병역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바른미래당 김중로, 이용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36개월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UN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에서 “대체복무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이면 징벌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는 지적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은 27개월을 지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이 119 대원과 함께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병무청 제공
복무 분야는 교도소와 소방서가 대체복무 기관으로 유력시된다. 소방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소방서는 연간 최대 1200명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교도소도 취사나 물품보급 등 지원 업무 인력이 부족해 연간 최대 5000명의 인력 소요가 있다. 인력소요가 가장 큰 교도소로 대체복무 기관이 일원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측에서는 대체복무자에게 지뢰제거나 유해발굴, 국가유공자 지원을 포함한 보훈 업무 등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상 무기를 제거하는 지뢰제거 등의 업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종교나 신념에 위배되지 않는 평화적 업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뢰제거나 유해발굴 등은 군에서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받아야 수행할 수 있다. 집총 등 군사적 성격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없는 방안이다.

국방부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군 내 비전투분야 복무 방안은 배제할 방침이다. 다만 자유한국당에서 군사적 성격을 대체복무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법안 심사 및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합숙근무는 예외없이 합숙근무만 하는 방안과 필요에 따라 출퇴근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역병사 복무와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는 합숙근무가 필요하지만 별도의 합숙시설을 새로 만들면 재정소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관 특성에 맞게 출퇴근을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교정요원들이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교정본부 제공
◆누구나 공감 가능한 대체복무제 필요

국방부는 이달 안에 구체적인 국방부안을 만들고 행정부 내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국회에 계류중인 대체복무 관련 병역법 개정안들과 함께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과 여야 정치권이 제출한 병역법 개정안 중 유사한 부분이 병합되거나 차이점이 절충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 심사와 함께 여론 수렴을 위해 국방부 또는 국회 국방위 차원의 공청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법안 심사와 공청회를 마치면 국방위 차원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0년 1월부터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

군 안팎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성패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현역 병사가 수행하는 의무복무와 동등하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강도가 현역 병사의 의무복무보다 가벼울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복무기간을 육군 병사의 2배로 하면서도 지뢰제거 등 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업무를 대체복무에 포함하려 시도하는 것도 이같은 의구심에 기반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대체복무제 도입 4대 원칙에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표현을 넣어 공감대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한다고 해도 ‘대체복무 강도=현역 병사 복무 강도’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복무 강도’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라 국민 개개인이 제대로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체복무제 도입과 병행해 현역 병사의 복무 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수치로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총과 수류탄처럼 위험한 살상무기를 곁에 두는데 따른 공포와 스트레스와 훈련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겪는 스트레스 등을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해 평가를 한 뒤, 대체복무 강도에 대한 평가와 비교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군 K-9 자주포 승무원들이 포탄을 자주포 안으로 운반하고 있다. 육군 제공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현역 병사 복무와 대체복무 강도가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복무강도를 갖는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약해질 수 있다.

대체복무 분야와 기관 간의 차이도 좁혀야할 부분이다. 대체복무자가 종사할 분야, 배치될 기관에 따라 복무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주거 지역을 담당하는 소방관과 화학공장이 위치한 공단 지역 소방관의 업무 강도는 차이가 있다. 교도소 근무도 지역에 위치한 교도소마다 특성이나 강도가 다를 수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할 경우 대체복무자들 간에 갈등이 빚어져 대체복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기 전 단계에서는 대체복무 분야와 기관 간의 업무강도를 형펑성에 의거해 맞추기는 어렵지만, 갈등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조정 절차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지난해 9월 7일 열린 서북도서방어훈련에서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대체복무제는 병역 의무와 개인의 양심 존중을 통해 병역거부자들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복무형태나 기간 등의 세부사안에 대한 검토나 논쟁도 중요하지만 현역 복무를 경험한 국민들과 일선부대에서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병사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 도입과 함께 현역 병사의 복무강도를 면밀히 평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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