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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네요" 노동권 배제에 눈물짓는 가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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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노동권 배제된 가사노동자ⓐ] 노동 실태 “주인집에서 하루 시골 간다고 해놓고 다음날 나오지 말래요.”

서울에서 가사노동자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56)씨는 매번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갑작스런 업무종료 통보에 수입이 끊긴 경험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객은 자기 집을 알지만 가사노동자는 사적인 공간에 가는 건데 시정요청도 없이 업무 종료를 통보하는 경우가 잦다”며 “가사 노동은 일당제인데 당장 수입이 끊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사일 중 상처를 입어도 치료도 오롯이 노동자의 몫이었다. 가사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안을 하다 다친 것을 어디다 말할 수도 없다”며 “가사일하며 먼지 마시고 무거운 물건을 수시로 들다 보니 질병에도 쉽게 노출돼 있지만 산재보험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부당해고, 임금체납에도 침묵하는 가사노동자

1일 노동계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가사는 사적인 이해관계 안에서의 노동으로 여겨져 공식 노동시장의 범주에서 배제돼 왔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사회보험 등에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법적인 안전망이 없다. 그러다 보니 부당해고, 임금체납 등 부당한 처사에도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들은 9년째 길거리에 나와 근로권 보장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 가사는 노동이 아니다?

가사 노동자는 가사 도우미, 산후도우미, 육아도우미, 간병인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2011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30만여명 정도가 민간영역 가사노동자로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가사노동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처우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가사노동자는 보통 여성인력개발센터, 협동조합 같은 비영리기관이나 직업소개업체 등 민간영리기관을 통해 가정에 알선되는데 이곳에선 가사노동자의 업무 시간 외 휴식시간, 부상 시 치료비 등 구체적인 업무기준에 대해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보통 고객과 가사 노동자에게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데 대부분 임금 수준이 열악해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을 보장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사회보장 규정에도 ‘가사 사용인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어 가사노동자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노동권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사노동자 국민연금 가입률은 28.6%…임금근로자 절반 안돼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 비공식 부문 가사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사도우미의 직장 국민연금 가입률은 28.6%에 불과했다.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 비율 68.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률도 16.8%로 상당수가 민간손해보험 등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사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부당해고나 임금체납을 당하더라도 호소할 길은 없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민사소송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 중 27%가 갑자기 일이 취소된 경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노동자 35%는 업무 이상의 지나친 요구를 겪었다고 답했고 28.2%는 가정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과도한 감시를 받아왔다고 했다.

◆사노동자 노동환경개선 입법은 몇 년째 가시밭길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을 국제적으로 권고했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안’을 미루며 10여년 가까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해 6월에도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YWCA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원들은 “국회는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며 국회 앞에서 노동권 환경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현장에서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가사노동자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불안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이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더 이상 국가의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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