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투데이] 관세 보류 합의 백지화…다시 불붙은 'G2 무역전쟁'

백악관 “中제품 25% 관세 부과” / 中, 발끈 … 보복조치 재개 전망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재개될 조짐이다. 두 나라는 중국 베이징과 미국 워싱턴에서 잇따라 열린 양국 대표단의 협상 이후 공동합의문까지 발표하며 무역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로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연간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다음달 15일과 30일에는 각기 최종 관세 목록과 관세에 대한 세부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과 수출 규제 강화, 기술 접근 제한 방침도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국내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핵심기술과 지식재산의 이전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첨단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5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계획은 백악관의 대중 관세 패키지 1500억달러 부과 예정액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발표로 최근 미·중 협상단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상호 관세 부과 보류’ 방침은 사실상 파기됐다. 두 나라 대표단은 지난 20일 양국의 무역전쟁 중지와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공동합의문 발표 이후 미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의 협상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차츰 거세졌다. 하지만 이날 미국이 강경책을 선보이면서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주장을 꺾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중 합의에 위배된다”며 발끈했다. 미국이 공언한 대로 관세부과를 실시할 경우, 중국은 맞대응 보복 조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류됐던 미국산 대두(콩), 자동차, 화공품 등 5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보복 조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백악관의 발표에 대해 “중·미 양측이 워싱턴에서 이룬 합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관계없이 중국 인민의 이익과 국가 핵심 이익을 지킬 자신감과 능력,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관영매체도 미·중 합의를 뒤집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미국에 중국은 함께 춤추지 않겠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란 핵협정과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번복한 사례를 거론하며 “오늘날 세계는 극도로 불확실한 미국 정부를 마주하고 있다. 미·중 무역합의를 뒤집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워싱턴·베이징=박종현·이우승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