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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전격 사퇴…연정 제동 걸린 이탈리아 또 무정부 혼란

입력 : 2018-05-28 19:58:19 수정 : 2018-05-29 01: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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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反EU 장관 거부에 반발 / 콘테, 부여받은 정부 구성권 포기 / 동맹 “유일한 해결책은 재총선”/ 오성운동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대통령 ‘한시적 중립정부’ 저울질 이탈리아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서유럽 최초 포퓰리즘 연립정부 출범에 제동을 걸었다.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가 제시한 내각 후보를 거부한 것이다. 콘테 지명자는 총리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고,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 후보로 국제통화기금(IMF) 고위 관료 출신의 카를로 코타렐리를 과도 중립 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테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 및 극우정당인 동맹과 합의한 내각 명단을 제출했으나, 대통령이 재정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하자 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해버렸다. 콘테 지명자는 취재진에 “변화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포퓰리즘 연정의 두 축인 오성운동과 동맹은 ‘정치 신인’ 콘테 변호사 겸 법학교수를 총리 후보로 깜짝 천거했다. 콘테 지명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지난 23일부터 내각 구성 작업을 벌여왔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이날 전격 사퇴한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를 만나 내각 구성 등에 관해 말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하지만 파올로 사보나(81) 재정경제장관 후보의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이 문제가 됐다. 사보나는 산업부 장관, 이탈리아 중앙은행 고위직 등을 역임한 경제학자로, EU와 유로화 그리고 EU의 주축인 독일에 적대적 시각을 지녔다. 사보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을 이탈리아의 ‘역사적 실수’라고 표현했다. EU를 지지하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EU에 회의적인 두 정당 간 연정에 더해 경제수장까지 급진성을 띨 경우 시장과 주변국에 줄 불안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부의 보증인으로서 시장과 투자자, 우리 국민과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안을 주는 반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매일 ‘스프레드’(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초 총선부터 시작된 무정부 상태를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넘어 이어가게 됐다. 올가을 재총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국민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부 구성 노력이 거부당했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총선을 다시 치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도 “이 나라에서는 유럽을 비판하면 경제장관이 될 수 없다”며 “헌법을 배신한 대통령을 의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28일 마타렐라 대통령은 코타렐리를 총리로 지명하며 정국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연정 출범 무산에 대한 오성운동과 동맹의 분노를 고려할 때 코타렐리가 이끄는 내각이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국 안정의 특명을 새롭게 부여 받은 코타렐리 지명자는 2008년∼2013년 IMF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닌 경제학자로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에 처했던 당시 공공지출 삭감을 주장해 ‘미스터 가위’로 불린다. 집권 시 복지 확충, 세금 삭감 등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며 이탈리아의 채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포퓰리즘 연정과 정반대 철학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과도 중립 내각을 통해 선거법과 예산 등 급한 현안을 처리한 뒤 내년 초 조기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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