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테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 및 극우정당인 동맹과 합의한 내각 명단을 제출했으나, 대통령이 재정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하자 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해버렸다. 콘테 지명자는 취재진에 “변화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포퓰리즘 연정의 두 축인 오성운동과 동맹은 ‘정치 신인’ 콘테 변호사 겸 법학교수를 총리 후보로 깜짝 천거했다. 콘테 지명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지난 23일부터 내각 구성 작업을 벌여왔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이날 전격 사퇴한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를 만나 내각 구성 등에 관해 말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부의 보증인으로서 시장과 투자자, 우리 국민과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안을 주는 반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매일 ‘스프레드’(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28일 마타렐라 대통령은 코타렐리를 총리로 지명하며 정국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연정 출범 무산에 대한 오성운동과 동맹의 분노를 고려할 때 코타렐리가 이끄는 내각이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국 안정의 특명을 새롭게 부여 받은 코타렐리 지명자는 2008년∼2013년 IMF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닌 경제학자로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에 처했던 당시 공공지출 삭감을 주장해 ‘미스터 가위’로 불린다. 집권 시 복지 확충, 세금 삭감 등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며 이탈리아의 채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포퓰리즘 연정과 정반대 철학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과도 중립 내각을 통해 선거법과 예산 등 급한 현안을 처리한 뒤 내년 초 조기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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