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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한국식 '주 52시간 근무제' 제대로 뿌리내릴까?

입력 : 2018-05-29 05:00:00 수정 : 2018-05-29 1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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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 조기 시행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할 경우 14만~18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장시간 노동 근절에 따라 산업재해가 줄어들고 노동 생산성이 올라가는 효과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의도대로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면, 업무형태·임금체계·조직문화 등 근로환경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됩니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노사 간 큰 쟁점거리가 될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방송업·연구개발업 등 21개 노동시간 특례제외 업종에 도입을 확대하려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집중 노동이 필요한 이들 업종은 과거에는 26개 특례업종에 속해 법정 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했지만, 새 근로기준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후 이들을 특례제외 업종으로 재분류하면서 앞으로는 초과 근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대 도입이 추진되는 탄력적 근무 시간제는 특정 근무일에 노동시간을 늘리면 다른 근무일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2주 또는 3개월)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한도에 맞추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국내 산업 현장 적용률은 3.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제도를 놓고 기업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적용 단위 기간을 3개월~1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단위 기간을 늘리면 장시간 노동이 다시 일상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검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남은 기간동안 정부가 미비점을 잘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17일 노동시간 단축 대책을 내놨지만, 이 가운데 일부 방안은 시행 과정에서 노사간 쟁점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업, 연구개발업, 방송업 등 특례제외 업종에서 활용하려고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례제외 업종은 과거 노동시간 특례업종에 속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됐으나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을 가리킨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했다. 특례업종으로 남은 육상운송·수상운송·항공운송·기타운송서비스·보건업 등 5개 업종의 경우 주 52시간 노동 대신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이 의무화됐다.

특례제외 업종은 300인 이상 기업일 경우 내년 7월1일부터 주 최대 52시간 노동 적용 대상이 된다.

이들 업종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시간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근로일의 노동시간을 늘리면 다른 근로일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2주 또는 3개월)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한도에 맞추는 방식이다.

특례제외 업종 가운데는 집중 노동이 필요한 업종이 많은데, 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초래할 수 있는 혼란을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완화할 수 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도는 3.4%에 불과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단위 기간을 늘리면 장시간 노동이 다시 일상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건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업, 콘텐츠·방송업, 하수·폐수·분뇨처리업 등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정부는 이들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교대근무, 대체인력 지원, 가족에 의한 활동 보조 허용 등의 방안이 추진된다.

잦은 집중 근무로 주 52시간 초과 사례가 발생하기 쉬운 콘텐츠·방송업의 경우 노동 환경 실태조사를 거쳐 노동시간 단축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다만 이들 대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평균 임금이 낮아져 노동자의 퇴직급여액이 줄어들면, 정부가 이를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퇴직급여액은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퇴직급여액이 줄어드는 노동자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속출하면 노후 보장을 위해 중간정산을 제한하는 기존 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간정산을 해도 노동자가 정산금을 사용하기 보다는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에 적립·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중간정산으로 인해 노후소득재원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 '글쎄'

근로자들도 과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추진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란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론 신규채용 감소로 인한 근무 강도 증가, 야근·휴일 수당이 사라지게 됨에 따른 소득 감소 등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은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의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에서도 주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대기업에게 신규채용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중소기업에는 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기 단축 기업에는 산재보험요율 경감, 공공조달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다만 산업 현장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중소기업 497개사를 대상으로 한 취업포탈이 '올해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되레 구조조정을 했거나 할 계획이라는 곳도 26.6%에 달했다. 이들 중 인력 구조조정(감원)을 하겠다는 기업이 47.0%로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정부의 고용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취업자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52시간 단축 근무 시행, 월 평균 수입 13.1% 감소할 듯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는 40만9000명이다.

이들은 현재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4000원을 벌고 있다. 향후 52시간 단축 근무 시행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야근·특근은 9.4시간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월 평균 수입의 변화는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제조업 종사자들의 소득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사회 안전망 차원의 복지정책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책만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은 현행법에 규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 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엄격해 활용이 어려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치산업, 조선·건설·방송영화 제작업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상시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노사 합의와 고용당국의 인가를 거쳐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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