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면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1.5%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침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현 시점에서 보면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성장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지표들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설비투자가 다소 둔화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3월 전년대비 7% 증가했다.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대비 7.8%,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건설기성액도 각각 4.5%, 6.3% 하락했다. 그러나 1분기를 놓고 보면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2%, 건설기성액은 1.4% 증가했다. 수출도 4월만 보면 1.5% 감소했지만 1분기 10.1% 상승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화학업종 등이 부진하면서 3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제조업은 물론 수출 전망도 어둡게 한다. 취업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1.75∼2%가 된다. 우리와의 금리차가 현재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벌어지게 돼 외국인 투자금 유출 압력이 커진다. 이미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일부 취약한 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 총재는 “신흥국 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향을 세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5월 금통위가 소수 의견 등 추가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서 하반기 금리인상 시기는 불투명해졌다.
이진경·조병욱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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