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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만연한 '임금 갑질'… 전쟁 같은 한국인의 삶

입력 : 2018-05-04 19:19:52 수정 : 2018-05-04 20: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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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은 기본급에 넣고…시간외수당은 포괄임금제 활용 미지급”/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의 기본급화 “최저임금 준수” 핑계
<편집자주>

“회사 안은 전쟁터요, 회사 밖은 지옥이다.”

국가 및 사회의 민주주의는 크게 진전됐다는데,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이같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전쟁 같은 삶’을 살게 된 것일까요.

원인 또는 이유를 찾아가자면, 우리들의 삶이 가장 많이 머무는 직장도 그 연루 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직장 앞에서 멈춰섰다는 지적도 많으니까요.

오너 갑질, 사장님 갑질, 부장님 갑질, 정규직 갑질, 공무원 갑질, 대기업 및 본사 갑질, 을의 갑질, 임금 갑질, 괴롭힘 갑질, 잡무 갑질, 노동시간 갑질…. 참 말도 많습니다.

세계일보는 우리들이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부조리한 실체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직장인들의 ‘온라인 해우소’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공동기획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응원, 참여 부탁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고 있는, 또는 주위에서 겪고 있는 갑질이나 괴롭힘, 부조리가 있다면 그 증거와 함께 알려주십시오. 확인이 가능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다면 기사를 통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보를 보내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 “상여금은 기본급에 넣고…시간외수당은 포괄임금제 활용 미지급”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상여금 등을 강제로 기본급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규정 넘어서기, 인위적으로 휴게시간을 늘려 월급을 동결하는 꼼수, 회사의 실적을 위해 직원에게 피해입히기 등등.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임금 갑질’을 당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특히 대법원 판례에 의해 용인돼온 ‘포괄임금제’는 시간외수당 미지급을 위한 방편으로 정착됐다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20일까지 약 100일간 오픈카톡과 이메일, 페이스북으로 들어온 갑질제보 5478건을 분석할 결과 임금 체불 등 임금갑질이 1314건(24.0%)으로 가장 많은 직장 갑질 유형으로 조사됐다.

◆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의 기본급화 “최저임금 준수” 핑계

‘직장갑질119’과 ‘사무금융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넣어 임금 인상 폭을 떨어뜨리는 편법을 쓰는 회사들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A병원의 한 직원은 “연 상여금이 기존에 기본급의 800%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병원 측이 상여금 중 일부(기본급의 700%)를 기본급에 산입하려 하고 있다”며 “임금구성 항목 변경 과정에서 강압적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규정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임금이기 때문에 지급주기를 바꾸더라도 최저임금에 산입될 수 없다.

국내 유수의 IT업체인 B사도 최근 상여금의 기본급화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B사는 연 상여금을 기존에 기본급의 500%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 중 일부(기본급의 400%)를 기본급에 산입하고자 절차를 밟고 있다.

◆ 최저임금 인상 후 동의 없이 늘어난 휴게시간 ‘꼼수’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작년(6470원)에 비해 16.4%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은 오르기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등 꼼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야간조로 일하고 있다는 C씨가 “지난해 1시간이었던 휴게시간이 올해에는 2시간으로 변경됐다”며 “휴게 시간이 길어질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업무량은 그대로여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C씨에 따르면 실제 야간조는 주방 1명, 홀 1명이 근무할 때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한 사람이 주문, 요리, 배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현실적이지 않다. 근로계약서상 근속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밖이며, 휴게시간을 편법으로 늘려놓지 않는다면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D아파트에선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올해부터 2시간 늘었다. 얼핏 휴게시간이 늘어나 복지가 좋아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휴게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려 지난해와 동일한 월급으로 맞추겠다는 꼼수이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은 “휴게실이 제대로 마련된 것도 아니고 휴게시간에도 자신들을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와서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실적 채우지 못하면 가짜계약 강요·급여삭감

회사가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면서 직원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6년 5월부터 학습지업체 E사에 근무해온 F씨는 그해 11월 지국장과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유령회원을 만들었다. 피해 없이 취소해주겠다는 상사들의 말과 달리 유령회원이 다음해 2월까지 이어지면서 F씨의 피해액은 점점 커졌다. 통상 이런 경우 지국장이나 센터장이 피해액을 매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지만, 오히려 F씨의 업무 방해를 하며 돈을 벌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올해 2월 현재까지 F씨를 괴롭히고 있다.

‘사무금융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전략적 성과관리? 전략적 괴롭힘!>에 따르면 한 증권회사는 2013년 말 회사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직접비’ 제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영업직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자기 급여의 평균 30% 정도를 삭감하는 제도였다. 이에 따라 당시 증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직원들은 급여의 30%를 삭감당해야 했다.

◆ 포괄임금제 악용...각종 시간외근무 보상 無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시간외근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댄스 장기자랑 등을 강제했던 G대학병원은 장기자랑 준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외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문제는 비단 G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경기도 평택의 모 병원에서도 사내 송년행사를 하면서 행사 준비를 위한 시간외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구성원의 원성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영남의 한 병원은 상근직에 대해 근로계약서상 오전 9시부터 근무라고 규정하고서도 실제로 30분 전인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제하면서도 30분의 시간외근무 수당은 지급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자 1만1662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과 교육, 회의, 각종 병원 행사 참가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업무 관련 교육이나 워크숍이 있으면 본인이 휴가가 있어도 참석해야 하고 업무시간 외에 참석해야 하는 각종 회의와 행사도 많지만 ‘공짜노동’'에 노출된 병원 노동자는 59.7%에 달했다.

특히 시간외수당 미지급을 위한 방편으로 기업들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용인돼온 ‘포괄임금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1억원의 임금을 체불해 노동당국의 시정지시에 따라 지난달 19일 체불금 전액을 노동자에게 돌려줬다. 미지급 임금 내역은 야간 연장근로수당, 주말 근무수당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업무 외 교육시간에 따른 임금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입은 병원 노동자는 2416명에 달했다.

이밖에도 한 방송사는 ‘알바 작가’에 대해 한달 급여를 상품권으로 줘 논란을 야기했고, 한 유명 커피체인점은 올해 임금체계를 변경하면서 노동자들과 깊은 논의도 없이 복리후생적 급여인 식대를 일방적으로 삭제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위법성 있는 사용자들의 꼼수, 신고해야”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사용자들의 꼼수에 대해 고용노동부도 위법성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갑질119의 법률스텝 박성우 노무사는 사용자들이 노동자의 동의 없이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시키는 행위에 대해 “취업규칙 불익 변경은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다”며 “고용부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시정요구를 해야 하고, 시정이 안 될 시에는 노동부에 신고하면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노무사는 휴게시간을 임의로 늘려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하는 사용자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상 소정근로시간이 있는데,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것도 불익하다고 본다”며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사용자의 위법한 일방적 조치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가 가능하다”며 “형식상 늘어난 휴게시간에 실제로 일을 했다면 근무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성남 지역 청소년 아르바이트 근로 실태 / 생계형 알바생들…“저임금에 찌들어 적다고 느끼지도 못해”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한 달에 140만원(조사 당시 최저임금)을 받으면 이것저것 나가도 돈이 남겠네 이런 생각. 그런데 그만큼 벌려면 또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하고 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굉장히 간단한 사무직 일이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주5일 근무에 월 120만원을 받지만) 딱히 불만은 없구요.”

2015년 고착화된 저임금 때문에 월급으로 120만원을 받아온 한 여성 일반사무직 아르바이트(25세)의 슬픈 이야기다. 주 5일을 근무하면서도 월급이 겨우 120만원에 불과했지만, 오랫동안 저임금 구조에 찌들다보니 적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생계형 청년 알바들은 고착된 저임금과 임금 체불에 시달리지만 갑(甲)의 지위에 있는 사업주들의 횡포에 마땅히 대처할 방안이 없는 형편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와 성남시청소년재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름다운재단이 공동으로 2015년 5~11월 조사해 발표한 ‘(경기 성남 지역) 생계형 청년알바의 일과 삶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생계형 청년 알바의 실상은 눈물겨웠다.

우선 생계형 알바들에 대해 저임금이 고착화된 양상이었다. 이들 생계형 알바들은 10대부터 저임금에 익숙해지면서 최저임금 언저리의 수입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4년간 카페에서 일했다는 한 청년(당시 26세, 남)는 “카페에서 일하는 4년 내내 시급으로 5000원을 받았다“며 4년간 급여가 1원도 오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한 여성(당시 25세)는 병원 측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저임금도 문제이지만 임금 체불이나 미지급, 자의적인 임금삭감 등도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47.1%가 임금 관련 부당경험을 진술했다. 최저임금 위반 19.4%, 수당없는 시간외 노동 18%, 임금체불 5.8%, 자비부담 3.9% 순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야근근무를 포함해 14시간을 일해도 일당 5만원을 지불한 PC방, 퇴직 후 비품을 가져갔다며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반납하자 통장사본 교체를 요구한 텔레마케팅사, 미지급 임금을 요구했지만 인사 등 근무 태도를 이유로 지불을 거부한 PC방, 매일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을 지불하지 않는 조개구이 음식점 등이 있었다.

전체 18.9%가 업무 태도나 능력을 문제 삼아 사업주가 임금삭감 등의 불이익을 줬다고 응답했다. 퇴직 한 달 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월급을 주지 않거나, 재료비‧기구파손비 등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행위, 수습‧실습기간을 이유로 급여를 지불하지 않거나, 의무교육 비용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행위 등이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 이주 노동자들, “저임금과 임금체불은 기본…우린 말도 못해요”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한국을 찾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임금 차별은 물론 초과근로수당 미지급이나 임금 체불 등 다양한 ‘임금 갑(甲)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주 노동자 2명 가운데 1명은 근로계약을 미체결했고 설령 근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계약내용에 맞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도 2명 가운데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 주진우 초빙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서울시 이주노동자 실태와 노동권 보호방안’에 따르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퇴직금 체불 △초과근로수당의 미지급 △계약조건보다 임금을 하향 지급하거나 근로계약과 불일치 등의 임금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미체결한 경우도 48.1%에 달했고 근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계약내용에 맞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51.9%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세사업장들은 임금과 퇴직금 체불이 많았고 사장과의 협의 과정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밝혔다.

또 무상 기숙사를 약속하고도 기숙사비를 공제한 후 임금을 지급하는 등 계약조건보다 임금을 덜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고 응답했다.

30대 필리핀인 A씨는 “처음에는 150만원 이상을 매달 챙겨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숙사비 및 식비 공제 등의 명목으로 실제로 제가 받는 금액은 월 130만원도 안됐다”고 분노했다.

이들 이주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약 172만원에 불과했다.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82.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5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1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연구위원은 “서울시 이주 노동자가 2006년 14만8966명에서 2015년 45만 7806명으로 10년 새 3.1배나 증가했음에도 임금과 관련해 여러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직장 갑질, 호주선 징역 10년…한국은 아직 법안만 만지작

호주는 직장 갑질‧괴롭힘을 ‘형법상 범죄’로 분류하고 불쾌한 언행, 자해를 포함한 신체적 피해, 자살 충동 등을 야기하는 가해자에겐 최대 징역 10년형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괴롭힘의 근거는 피해자가 먼저 제시하지만 괴롭힘이 없었다는 입증 책임은 가해자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각종 빅 이슈에 번번히 밀리면서 아직껏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 갑질‧직장 괴롭힘은 직장에서 직무상 지위나 인간관계와 같은 직장 내 우위를 바탕으로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과 박윤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조교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논문 ‘국내외 직장 괴롭힘 관련 법령 및 정책 분석’에 따르면 직장 갑질‧괴롭힘의 유형은 신체적‧성적 위협, 언어적인 괴롭힘, 개인에 대한 괴롭힘, 업무관련 괴롭힘 등으로 구분된다.

논문은 우리나라의 직장 갑질‧괴롭힘 정도가 평균 조작적 피해율 21.4%, 주관적 피해율 4.3%(15개 산업 분야 근로자 3000명 조사, 2016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은 평균 4.1%(유럽근로환경조사, 2010) 수준이었다.

직장 갑질‧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을 마련한 국가는 스웨덴,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캐나다, 호주 등이 있었다. 이 중 호주, 프랑스, 노르웨이는 사법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법조항을 통해 직장 갑질‧괴롭힘을 예방한다.

호주는 피해자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그의 이름을 딴 ‘브론디법(Brondie’s Law)’을 만들고 직장 갑질‧괴롭힘을 ‘형법상 범죄’로 분류한다. 피해자에게 행하는 불쾌한 언행, 자해를 포함한 신체적 피해, 자살충동까지 광범위하게 금지하며 가해자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내린다.

프랑스는 괴롭힘의 근거는 피해자가 먼저 제시하지만 괴롭힘이 없었다는 입증 책임은 가해자가 해야 한다.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이 따른다.

노르웨이는 과업과 관련해 근로자가 괴로움을 겪게 되는 행위도 금지한다. 문제가 된 사업장의 업주에게는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벌금을, 가해자에게는 최대 1년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스웨덴은 고의적인 업무 관련 정보의 비공유, 고립 유발, 개인 및 가족 비방, 고의적인 업무성과 방해, 부적절하 처벌 및 공격‧모욕‧비꼼, 해를 입히려는 의도와 함께 근로자를 관리하는 행위, 모욕적인 처벌행위 등 구체적인 8가지 유형의 행위를 구분해 규제한다.

영국은 실제 폭력을 행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 괴로움을 줄 경우 최대 6월의 징역 또는 벌금, 폭력의 위협을 느낄 때는 최대 5년의 징역이 선고된다.

국내에서는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빅 이슈에 밀려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20대 국회에서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에 의해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정호·김지연 기자 southcross@segye.com
<공동기획> 세계일보·직장갑질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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