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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놓으려는 트럼프 vs 불 끄려는 연준…금리 엇박자

입력 : 2018-04-24 16:59:31 수정 : 2018-04-24 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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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부의장을 연준 의장에 지명하고 있다. 출처=유튜브캡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말 트위터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난한 듯한 표현을 두고 세계 각국과 금융권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중국과 러시아가 환율 절하게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려고 한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거시경제면에서 두 가지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세계 각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에 준하는 갈등을 벌이면서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는 정책을 펴왔는데 연준이 그 흐름을 꺾어놓으려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가고 미국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진다. 애써서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막기 위해 관세장벽을 쳐놓고 쿼터를 정해 무역우위를 점해놓은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외로부터 직접투자를 유인해 돈이 들어오도록 했는데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달러 가치는 폭등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출경쟁력이 크게 저하되는 셈이다.

연준의 입장은 더 단순하다. 정치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경제만을 분석해서 정책을 편다는 것이 연준이 추구해온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완전고용을 실현한 가운데 유가 상승까지 겹치는데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다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애초 미국경제의 견조하고 건강한 성장을 가장 중요시해왔다. 그런 만큼 해외에 대한 영향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았다. 지난 1994년 앨런 그린스펀이 두 차례에 걸쳐 단기금리를 올린 것이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단초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런 만큼 지금도 연준은 올해 3차례가 아닌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까지 꿋꿋하게 모색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포인트가 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민간기관이며 그동안 독립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이번에는 테스트를 받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금리 인상 이슈를 두고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리고 제롬 파월 부의장을 의장으로 임명했다. 굳이 따지자면 파월 총재는 트럼프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분위기와 구성이나 그동안의 관행 등을 비춰볼 때 트럼프의 의중을 반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그래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한다면 트럼프의 무역갈등은 연준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먼저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깔려 있고 위기에 대응한 국가별 안전판은 매우 탄탄한 편이다. 풍부한 외환보유고와 통화스왑은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연동되는 상거래는 또 다른 금융권을 형성하고 있다. 오죽하면 디지털화폐시장에 엄청난 돈이 몰려들 수 있었을까.

그런 만큼 연준이 매파적 움직임을 계속 보일지라도 위기보다는 일시적 변동성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쨌든 '불을 놓으려는' 미국 행정부와 '불을 끄려는' 중앙은행이 과연 어떤 조율을 하게 될지 주목해봐야 할 시점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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