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통화보다는 재정'…이총재가 재정부에 공 넘기는 이유

입력 : 2018-04-02 17:24:55 수정 : 2018-04-02 17:40: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2014년에 이어 연임을 하게 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취임식을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

이주열 총재가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기조발언치고는 조금 의외로 보인다.

통화정책 수장인 한은 총재가 취임하면서 내놓은 거시처방이 기획재정부 소관의 재정정책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스탠스와 함께 거시 전반에 걸친 정책당국의 호흡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총재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사실상 비둘기파 선언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지금은 경기를 살리고 금융 안정을 지켜야 하는 등 통화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금리만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며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감세 등 확대 재정을 하고 있고 지금도 재정 확대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화 당국의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관련,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실물경제나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누증, 자본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스템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통화당국이 성장에 부담을 주거나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당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4차례 인상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차례 또는 두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성장과 수출경쟁력 동시에 잡겠다는 배경도 작용한 듯

이 총재의 이같은 스탠스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선진국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좌절됐다는 비난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한미간 금리차가 벌어지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자본 유출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굳이 기준금리를 올려서 리스크를 확대하고 전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금리 인상 시에는 우리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에 영향을 주는 환율이 하락, 수출경쟁력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과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면 이제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화정책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의 촉발제는 재정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재정에서 효율적인 집행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펀더멘탈을 확고히 한다면 국내 유입된 해외자본의 급속한 유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다만 자본유출의 규모가 예상을 넘어서거나 재정지출이 매우 비효율적일 경우 이같은 정책기조는 매우 위험해지게 된다.

여기에 아직은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부채 규모는 이미 155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경제전망이 그리 어두워보이지 않지만 향후 돌발적인 리스크에 대비한 여러 가지 컨틴전시 전략이 필요한 국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세계파이낸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