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부동산 시장엔 부자와 빈자밖에 없다”며 양극화 현상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개포 8단지 로또 청약이 큰 논란을 일으킨 요즘 부동산 시장에 대해 김 소장은 23일 “부자와 빈자만 있다”며 정부가 무주택 중산층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100%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과세 강화 등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로 부동산 시장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블로거 ‘빠숑’으로 유명한데 본업은 무엇인가.
“시장조사다. 건설사 등을 주 고객으로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이 잘될지, 얼마까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안 좋다면 어떻게 하면 분양이 잘될지를 현지조사한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한테도 유명해진 계기는 무엇인가.
“전국을 돌며 답사하다 보니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거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사람들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일 2만명 전후가 찾아온다. 2014년부터 쓴 책이 관심을 끌면서 부동산 팟캐스트도 하게 됐다. 내 본업은 직장인이고 전문가다. 대외활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강의 장사를 하거나 부동산을 추천하고 땅을 팔려는 게 아니다.”
-어쩌다 ‘부동산 띄우는 주동세력, 적폐세력’ 이야기도 듣게 됐는가.
“2013년쯤 강남 부동산값이 다시 오르기 전 ‘강남은 평당 1억원까지 갈 것’이란 말을 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남 수요가 워낙 많다. 주변에 배후수요가 있어 계속 강남을 채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강남 부동산 대책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맞다. 다른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강남수요를 분산해 주는 게 맞다. 값이 오르든 내리든 거기서 세금을 취해서 행복주택, 청년주택, 임대주택 등에 보태주는 게 맞다.”
-청약 진행 중인 개포 8단지 재개발사업이 ‘19세 금수저’ 특별분양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에서 시장을 정확히 진단해 시장 맞춤형 해결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부동산은 100% ‘수요·공급’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 간단한 논리를 무시하고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린다고만 생각한다.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오게 하니 현금 쥔 사람만 살 수 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인 경우가 많다. 중산층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을 허용해 줬어야 한다. 중산층 무주택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라는데 정작 그들은 분양을 못 받는다.”
-대출 억제는 과열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가.
“투기꾼 때문에 강남 수요가 많다는 식인데 강남은 실수요가 많다. 그걸 정부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만 그러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강남 수요를 분산해 줘야 한다. 특히 직장 많은 곳과 연결해 주는 교통망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선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줄여서 그걸 복지에 넣었다. 교통시설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은 복지라고 생각한다.”
-집 마련은 모두의 숙제다.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가.
“집을 생활필수품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데 무조건 ‘비싸다’고 배척하고 가진 이를 시기질투하기보다 사람들이 왜 비싼 돈을 주고 거길 들어가는지 이해했으면 한다. 부동산 시장의 많은 문제가 1가구 1주택이면 없어지는 문제들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부자와 빈자만 있고 중산층이 없다.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강화 등 중산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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