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이번 희생양은 토마시 베르디흐(33·체코·세계 15위)였다. 정현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 3회전에서 베르디흐를 2-0(6-4 6-4)으로 제압했다. 베르디흐는 투어 대회 단식에서 통산 13차례나 우승한 선수로 2015년에는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던 강자다. 정현은 이전까지 베르디흐와 두 차례 만나 두 번 모두 0-2로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세 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도장깨기’에 성공했다.
첫 출발은 불안했다. 1세트 게임스코어 3-1로 앞서다가 이후 내리 3게임을 허용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게임스코어 3-4로 뒤집힌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0-40으로 몰리면서 1세트를 내줄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정현은 불굴의 투지로 착실히 포인트를 따내 듀스까지 몰고 갔고 결국 게임을 따냈다. 자신감을 찾은 정현은 게임스코어 4-4에서 베르디흐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경기를 순식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정현은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1-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무난한 경기운영으로 1시간23분 만에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정현은 16강에서는 파블로 쿠에바스(32·우루과이·34위)를 만난다. 쿠에바스를 꺾게 되면 8강에서는 이 대회 톱시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세계 1위)를 만난다. 페더러는 16강을 제러미 샤르디(31·프랑스·세계 100위)와 치를 예정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8강 진출 가능성이 크다. 정현은 올해 1월 호주오픈 4강에서 페더러와 처음 만났으나 2세트 도중 발바닥 물집으로 인해 기권했다. 정현이 16강까지 돌파하고 ‘테니스 황제’와의 설욕전을 성사시킬지 주목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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