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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노트] 무인 주문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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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 본부장 겸 선임기자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광화문의 일본식 커리집을 찾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고 하자 직원이 자동주문기에서 본인이 직접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동주문기를 가리켰다. “어떻게 하는건가”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주문기 앞에 섰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커리음식과 토핑을 선택하고 카드로 결제를 하면 되었다. 여러 명이 각기 주문을 하더라도 음식값을 누적해 한꺼번에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서 주문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선지 젊은 직장인 고객들이 별 어려움 없이 음식을 주문했다.
 
이 음식점은 음식 주문 뿐아니라 음식을 나오면 고객이 받아서 자리로 가져가고 식사 후 식기를 반납하는 것도 고객이 직접 한다. 대신 음식값이 주변 음식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홀에서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을 두지 않는 대신 음식값을 낮춰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점주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서빙 인력을 뽑고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위 음식점처럼 인력 수요가 많은 서비스 업계를 중심으로 무인화 바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무인점포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롯데리아 명동할머니국수와 같은 체인점들도 무인 주문기를 설치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무인화 시스템 도입이 전적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인건비 절감 또는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해 첨단기술을 도입·활용하는 자연스런 진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무인화를 더욱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달말 국회에서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무인화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 한도로 줄어들게 되면 하루 3시간씩 연장 근로를 하는 작업장의 경우 나흘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일감이 몰려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중소기업이라면 인원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일감이 들쭉날쭉 한다면 인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또 채용을 하려 해도 마땅한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들로서는 무인화 자동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무인화 자동화가 급격하게 확산된다면 현 정부가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를 오히려 줄어들게 만들 수도 있다. 경험에 비춰보면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자들은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 일과 삶의 균형(소위 워라밸) 등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 못지 않게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인주문기 확산과 같은 ‘역습’으로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정책 시행에 있어 일부 선진국처럼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화하거나 근로시간도 계절적으로 일감에 차이가 큰 업종의 경우 연간 근로시간 준수 등으로 탄력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업계가 요구하는 노동유연성 확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호황기에 접어들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더라도 새로운 인력 채용을 주저하게 된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새 사업이 여의치 않게 됐을 때 인건비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유연성 확대와 더불어 고용조정에 따른 해고근로자들의 최저생계 보장 및 재취업 유도를 위한 실업급여 및 직업교육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정부의 정책의지이다.

현 정부 지지기반의 한 축이 노조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유연성 확대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현 정부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노동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기업과 기업가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간다면 기업들의 무인화 시스템 도입이나 사업장의 해외 이전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기업가들의 협조와 동참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일자리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정호원 본부장 겸 선임기자 jhw@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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