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최대 규모의 독자적인 제재를 단행하면서 곧바로 제2단계(phase two)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단계가 “매우 거친 내용이고 전 세계에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대북 군사옵션 동원 가능성을 예고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해상 차단→해상 봉쇄 또는 군사 옵션’의 밑그림을 그려 놓고, 북한의 대응에 따라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단행한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에는 ‘해상 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 들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북한의 석유·석탄 무역 등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 등 외국 해운사와 선박을 무더기로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이 제재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해상 차단을 하게 된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금지한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부품 거래 또는 석탄이나 석유 등이 안보리 제재 범위를 넘어 거래되지 않도록 이들 물자를 운송하는 선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과 중국 등의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 등을 ‘특별제재대상’에 올리는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미국은 이를 위해 태평양사령부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강화하고, 해상경비대를 아·태 지역에 파견할 것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서해의 넓은 바다를 독자적으로 다 감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대북 해상 차단에 한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이 대거 동참하도록 요구했고, 이들 국가가 원칙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상태이다.
트럼프 정부는 해상 차단과 ‘해상 봉쇄’(naval blockade)를 분명히 구분해 놓고 있다. 해상 차단은 해상 수송 수단을 차단하는 것으로 국제적인 제재를 이행하려고 금지 구역을 설정하거나 출입 선박의 위치 확인, 나포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해상 봉쇄는 군사력을 동원해 특정 국가의 해상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으로 이는 국제법적으로 군사 행동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군사옵션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여기에는 해상 봉쇄와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등을 제한적으로 공격하는 ‘코피 전략’이 포함돼 있다.
한편 미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한 중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평창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그것은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볼 때까지는 (북한과) 많은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북·미) 대화도 우리가 이미 공개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들로 이뤄질 것”이라며 “사적인 대화든 공적인 대화든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행정부가 저지른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는 계속 강경할 것이고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평창=국기연 특파원, 김예진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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