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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칼럼] 무엇을 위한 국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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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6 00:53:56 수정 : 2018-02-26 00: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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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등 국가적 위기 상황
정치권, 대안커녕 국회 공전시켜
정치인은 자신을 위한 정치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4년간 노력해 온 선수들의 최선을 다한 경쟁은 결과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모두의 승리였다. 메달을 딴 선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실수한 선수의 아쉬움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올림픽정신의 위대함을 느꼈다.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전에서 여자 컬링의 팀 킴(Team Kim)은 전 세계가 함께 감동한 소통과 협력의 모습을 보였지만 여자 팀추월에서의 불통과 불협화음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의회 올림픽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팀 킴일까, 아니면 여자 팀추월일까.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법을 만들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민의의 전당이다. 그러니 국회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국회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아마도 호통 국회, 불통 국회, 막말 국회, 갑질 국회, 저질 국회, 그리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국회일 것이다. 그만큼 국회는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정책학
최근 국회 상황을 보자. 2월 임시국회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이유로 2주일 넘게 개점휴업상태로 시간만 보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가맹사업법 등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채 권 의원의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법사위 참석을 거부한 것은 놀랍게도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었다.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관련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 푼도 쓸 수 없는데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법사위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에게 최저 시급을 주자고 청원을 했고, 불과 한 달 만에 27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다.

따가운 여론에 밀려 국회를 정상화시킨 지 나흘 만에 이번엔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김영철의 방남이 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꼭 김영철이 단장으로 참석해야 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기에 야권이 이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생때같은 자식을 죽인 주범이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부모의 마음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김영철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폐회식에 참석시키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이를 거절하지 못한 정부에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거리로 몰려나가면 국민은 어떻게 하나.

지금은 평창올림픽에 가려 있지만 안보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상황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면서 서울과 워싱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급상승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주는 효과가 아직은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IMF도 우리의 최저임금정책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여기에 그나마 버티던 수출도 세탁기에 이어 철강제품과 태양광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권이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국회가 공전하는 것은 여야의 공동 책임이다. 여당이 집권당으로서 국정운영의 기본책임이 있지만 보수야당도 탄핵을 통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물론 2년 후 총선에서도, 그리고 그 후의 대선에서도 집권 가능성은 멀어질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과 정치인들은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바른 일을 하는 것(政者正也)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익을 위해 팀추월이 아니라 팀 킴과 같은 모습의 국회를 기대해 본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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