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라오름은 백록담처럼 정상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다. 제주 오름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산정화구호다. |
호수 한편에 나무데크가 있지만 호수가 얼어 있으면 대부분 호수 위를 가로질러 전망대가 있는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
사라오름 가는 길의 해발 1200m 표지석. |
제주 사라오름은 백록담처럼 정상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다. 제주 오름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산정화구호다. |
사라오름을 오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식물은 굴거리 나무다. 긴 잎이 있는 상록활엽수지만, 추위에 강해 해발 1200m에서도 자란다. 키 작은 굴거리 나무가 눈에 파묻혀 삐죽 고개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
성판악휴게소에서 사라오름까지 길은 평탄하지만 거리는 꽤 된다. 왕복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작은 언덕과 완만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다 보면 졸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구상나무 등이 어우러진 풍광을 만난다. 가장 눈에 띄는 식물은 굴거리 나무다. 긴 잎이 있는 상록활엽수이지만, 추위에 강해 해발 1200m에서도 자란다. 키 작은 굴거리 나무가 눈에 파묻혀 삐죽 고개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1시간 가량 걸으면 삼나무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해발 1000m 지점에 위치한 삼나무 군락지는 다른 나무들이 펼치는 풍광과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입에서 나오는 탄성을 멈출 수가 없다. 곧게 뻗은 시원한 삼나무에 눈이 쌓여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모습은 북유럽의 은빛 설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살을 에는 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산행길을 오르는 것이 축복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사라오름 산행길의 삼나무 군락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곧게 뻗은 삼나무에 눈이 쌓여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모습은 북유럽의 은빛 설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
오전에 올랐다면 이곳에서 같이 온 일행들끼리 고민을 하게 된다. 사라오름만 볼 것인가, 기왕 온 김에 백록담까지 갈 것인가를 두고 얘기를 하게 된다. 사라오름보다 위에 있는 진달래대피소에 낮 12시까지 도착해야 백록담을 오를 수 있다. 그 이후에 오르면 입산을 통제해 다시 내려와야 한다. 백록담까지 오른다면 발걸음을 좀 빨리 해야 한다. 사라오름부터 백록담까지 가는 코스는 경사가 급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라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한편으로는 서귀포쪽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육지엔 이름 모를 오름들이 곳곳에 똬리를 튼 듯 솟아 있다. 반대편으론 한라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
속밭대피소에서 한 시간가량 더 오르면 사라오름 입구를 만난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백록담을 가는 코스다. 사라오름 입구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나무데크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하는 600m의 급경사다. 숨을 헐떡이며 이 길을 오르면 시야가 뻥 뚫린다. 백록담을 제외하고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산정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축구장만한 넓이의 호수를 둘러싼 나무에는 눈꽃들이 펴 있어 이곳이 설국임을 알려준다. 평온하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다. 호수 한편에 나무데크가 있지만, 호수가 얼어 있으면 대부분 호수 위를 가로질러 전망대가 있는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편으로는 서귀포쪽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육지엔 이름 모를 오름들이 곳곳에 똬리를 튼 듯 솟아 있다. 반대편으론 한라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다만, 날씨가 수시로 변하기에 확 트인 조망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다. 어느 순간 구름이 걷히면서 마주하는 풍광에 산행의 노고가 봄에 눈 녹듯 사라진다.
제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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