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정부의 조직적 지원배제 방침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향후 본인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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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 직후 구치소행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불구속 상태였던 조 전 장관은 이날 징역 2년 실형 선고에 따라 법정구속됐다. 뉴스1 |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업무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원심보다 형량이 1년 늘어났다. 앞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조 전 장관도 원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은 나란히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단순히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 및 우파에 대한 지원 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임을 선언한 것에 그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자신의 직권을 남용한 공모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서울구치소에 칩거하는 사이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의 잇단 선고에서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이날 판결은 다음 달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은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원본이 아닌 복제본이나 사본을 제출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유출이 아닌 만큼 청와대 문건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것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은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서 넘겨받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돼 왔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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