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도서관 앞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문을 열지 못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이번 셧다운은 이민법 개정과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등을 두고 여야 입장이 갈리면서 초래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보완 입법을 요구하며 이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예산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민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시민권자의 형제자매 초청 제도와 국적별 비자 추첨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여야가 초당적인 이민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이틀 뒤 아이티 등을 ‘거지소굴’로 칭하며 여야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하원은 18일 공화당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을 표결 처리해 상원에 넘겼다.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는 애초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상원이 19일 오후 10시 본회의를 열어 임시예산안을 표결 처리에 나섰지만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예산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원 재적 의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민주당 의원 절대 다수는 반대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50표, 반대 49표였다. 표결 결과는 공화당 51석, 민주당과 무소속을 합한 49석 등 상원 전체 의석 분포와 거의 일치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의회의 표결 결과를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취임 1주년 기념 샴페인을 터뜨리고, 재선 출마를 위한 선거자금을 모금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마라라고행을 전격 연기하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백악관에서 회동해 막판 의견 조율에 나설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막판 조율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셧다운 사태에 직면하자 백악관과 민주당은 날선 비판으로 ‘네탓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오늘은 내 취임 1주년 기념일”이라며 “민주당이 나에게 멋진 선물을 주길 원했는데, 그게 바로 ‘민주당 셧다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에서 “민주당이 시급한 사안이 아닌 불법체류자 지위를 놓고 무모한 요구로 일관했다”며 “그러면서 우리의 군인과 일반인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전날 대화가) 일보 진전, 삼보 후퇴였다”며 “백악관을 상대로 하는 협상은 ‘젤로’(물컹거리는 디저트용 젤리)와 협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주장에 밀려 애초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양보를 촉구하면서도 접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예산안을 제안해 22일 오전 1시 표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예산안은 2월 8일을 기한으로 한 연장안이지만 다카 문제는 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합의로 이끌 준비가 됐을 때 민주당도 준비될 것”이라며 표결 불참을 시사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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