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119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차량과 구급차 20여대, 소방인력 50여명, 헬기 2대를 출동시켜 진화에 나섰지만 많은 양의 연기와 유독가스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 제천=연합뉴스 |
건물 외벽 소재도 문제로 꼽힌다. 제천시청은 스포츠센터 외벽이 드라이비트(drivit) 소재라고 밝혔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른 마감재로, 화재에 취약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데다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대형 화재 당시 피해를 키웠던 소재로도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데 건물주가 최근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은 전 주인이 경영난을 겪다 지난해 경매에 들어갔고, 올해 3명 명의로 낙찰돼 지난 10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오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당시 새로 칠한 페인트와 내부 장식재 등에 불이 옮아붙으면서 순식간에 번진 것이다.
이 건물에 헬스장과 사우나, 레스토랑 등 다중 이용시설이 들어서 있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특히 외부로 대피하는 통로가 대개 한 곳밖에 없는 사우나에 있던 이들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나 시설 인테리어가 대부분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재료들로 돼 있는데다가 가스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통유리 구조였던 점도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절반 이상이 2층 여자사우나에 있다 변을 당했다. 현장의 한 의료관계자는 “대부분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숨졌다. 불에 탄 흔적은 거의 없어 대부분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보통 필로티 건물 입구가 바로 주차장으로 연결되는데,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방화구획이 나눠지지 않은 입구로 번져 금세 불이 건물을 타고 올라갔을 것”이라며 “특히 사우나 안에 있던 사람들은 외부 상황 변화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늦어져 피해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초기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해당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들로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도로 폭 7∼8가 확보되지 않아 화재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구조 초반에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고장나면서 대피해 있던 사람들의 구조가 2시간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간 사다리차가 동원돼 갇혀 있던 3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주민 윤모(50대)씨는 “일부에선 소방차가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피력하지만 건물이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제천=김을지 기자, 김주영·이창훈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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