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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국책사업 막은 불법…재발방지 약속 못 받고 혈세만 날렸다

입력 : 2017-12-12 18:29:45 수정 : 2017-12-12 21: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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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상권 철회에 비판 일어/1년9개월 전엔 불법행위 규정/대통령 공약으로 기류 정반대/정부·軍 정책 신뢰 논란 불가피/손실금액 메울 방안도 못 내놔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소송을 철회하면서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이의 없이 수용하면서 불법행위를 용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은 지난해 3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단체들이 14개월간 공사를 방해해 27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강정마을 주민 116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제주 해군기지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공기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 360억원을 해군에 요구했다. 군 당국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거쳐 2015년 275억원의 배상금을 방위력개선사업비를 통해 삼성물산에 지불했다. 해군은 삼성물산에 지급한 배상금 중 강정마을 주민과 단체의 방해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34억5000만원으로 산정하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해군은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국책사업을 불법행위로 방해해 공사를 지연시키고 국민 세금의 손실을 가져온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는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간 영상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와 군의 기류는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당초 재판과정에서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주민들에게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중단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의 강제조정안에는 상호 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만 포함됐다.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며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군이 1년9개월여 만에 철회하면서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군은 법적 절차에 따라 구상권 청구를 했고,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정안을 냈다”며 “정부 차원에서 많은 고민 끝에 통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한 대가로 정부는 공사를 둘러싼 찬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게 됐다. 정부가 소송을 통해 청구했던 34억5000만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 국방부는 “별도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대림산업 등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과도 480여억원 규모의 손실비용 관련 중재·소송이 진행 중이다. 중재·소송 결과에 따라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국방예산의 추가 지출 가능성도 있다. 손실비용 추가 지출이 현실화되면 불법행위로 군사시설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최소한의 상징적 대가조차 받지 못한 채 갈등을 봉합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군사기지 건설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 이번 사례가 적용되면 엄정한 법 집행 취지와 사법 행정의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시설 건설이 불법적인 공사 방해행위로 건설과정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사실상 면책이 이뤄지면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불법 시위자들은 형사처벌이 됐기 때문에 면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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