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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러빙 빈센트와 불멸의 연인, 고흐와 베토벤

입력 : 2017-11-25 14:00:00 수정 : 2017-11-24 17: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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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2017)라는 애니메이션영화가 상영 중이다. 우리말로 하면 ‘사랑하는 빈센트가’ 혹은 ‘빈센트 올림’ 정도의 의미일 이 영화 제목은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쓴 수많은 편지들의 마지막 문구이기도 하다.

‘러빙 빈센트’를 보며 떠오른 영화 ‘불멸의 연인’(감독 보나드 로즈, 1994)의 경우엔 베토벤이 사망한 후 발견된 편지에, 우리말로 하면 ‘나의 불멸의 연인에게’ 정도의 의미로 적혀있던 첫 문구의 일부가 제목이 되었다.

편지 속 문구가 제목인 두 영화는 고흐와 베토벤이라는 유명한 예술가를 다룬 영화라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영화와 실사영화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오늘은 두 영화를 좀 추천해볼까 한다.

‘러빙 빈센트’에서 고흐가 사망한 다음 해에 뒤늦게 발견된 편지를 발송하지만 반송되어 오자, 직접 배달에 나선 아르망의 시선에서 영화가 전개된다.

‘불멸의 연인’에서는 베토벤이 사망한 직후 자신의 전 재산을 ‘나의 불멸의 연인에게’ 상속한다는 유서와 함께 불멸의 연인에게서 반송된 걸로 추정된 옛 편지도 발견되자, 상속자를 찾아 나선 쉰들러의 시선에서 영화가 전개된다.

‘러빙 빈센트’에서 아르망은 파리를 거쳐 고흐가 사망하기 직전에 지내던 마을에 가게 되고, 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어쩌면 고흐가 자살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된다.

‘불멸의 연인’에서 쉰들러는 베토벤의 옛 연인들을 만나며,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젊은 시절 베토벤의 모습과 비밀 등을 접하게 된다. 그나저나 도대체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누구일까?

아르망과 쉰들러가 각자 고흐와 베토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플래쉬 백(flash back)’ 즉 회상 기법이 사용되는데, 회상 장면 속에서 고흐와 베토벤의 과거를 목격할 수 있다. 아르망과 쉰들러 이외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고흐와 베토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 차제를 통해 고흐와 베토벤의 예술 작품들을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시청각적 요소를 통해 그들의 예술 세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다.

‘러빙 빈센트’는 유화 애니메이션으로서 실제 고흐의 그림 중 90여 편이 영화 속 배경이나 인물로 등장한다. 100여 명의 화가가 참여해 직접 그린 유화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이루고, 움직이는 인물을 실제 배우의 연기를 촬영한 후 CG를 가미해 고흐의 그림체로 보정되었다. 반면 고흐를 회상하는 장면은 모두 흑백사진 톤으로 처리가 되었다.

예를 들어 고흐의 대표작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는 영화 초반 아르망이 자신에게 편지 배달을 부탁하는 아버지 조셉을 만나는 장소이다. 그리고 고흐를 회상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흐의 초상화 속 인물들이다.

‘불멸의 연인’에서는 베토벤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 교향곡 등이 요요마,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의 연주로 표현되었다. 베토벤 역을 맡았던 배우 개리 올드만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화제가 되었던 기억도 있다.

자신의 귀를 자르는 기행을 저질렀던 고흐와 청력을 잃어가면서 괴팍해져갔던 베토벤은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미움을 모두 받았던 천재들이었다. 두 영화가 다큐멘터리영화는 아니지만 실제 인물들과 사건을 기반으로 한 극영화로서 미처 알지 못했던 두 천재의 삶의 단면을 그들의 예술 작품과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어느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해 영화적 상상을 가미한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있으니,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력도 즐겨보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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