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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프랑스서 19세기 ‘군사작전용 12점자’ 첫 고안

입력 : 2017-11-04 14:00:00 수정 : 2017-11-0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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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의 구성과 유래 / 맹인 브라유가 6점으로 재창안 / 美선 4점 나와… 소통 혼란 겪기도 / 박두성 선생 1926년 한글로 반포 ‘알알이 박힌 한글점자 91년, 100년의 미래도 우리손으로!’

4일로 91주년을 맞은 ‘점자의 날’ 슬로건이다.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칭송되는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한글점자를 만들어 1926년 11월 4일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 제정된 점자법이 5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한다. 특수 문자가 공식 문자로 인정된 만큼, 앞으로 점자에 대한 관심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글 점자일람표(왼쪽), 시각장애인용 한자 교육 교재.
◆점자란 무엇인가

손가락으로 읽도록 만든 시각장애인용 문자를 말한다. 6점(세로 3점, 가로 2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왼쪽 위에서 아래로 1, 2, 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4, 5, 6점의 고유 번호를 붙여 구분한다. 여섯 개의 점을 조합해 64개의 점형을 만든다.

63개는 초성(첫소리)자음 13자, 종성(받침)자음 14자, 모음 21자, 약자 27자, 약어 7개, 숫자, 문장부호 등으로 쓰인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점을 하나도 찍지 않은 빈칸으로, 단어와 단어 사이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

◆점자의 발명

프랑스의 육군 장교 바르비에는 전쟁터에서 어두운 밤 빛이 없어도 군사작전 명령문을 읽을 수 있는 12점(세로 6점, 가로 2점) ‘야간문자’를 고안했다. 비록 읽기 어려워 군사용으로는 실패했지만, 맹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파리맹학교에 이를 전했다.

마침 재학 중이던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는 세로 6점 배열이 손가락 끝으로 단번에 지각하기엔 너무 길다는 점을 깨닫고 세로 3점, 가로 2점의 6점 점자를 창안했다. 한 칸을 단번에 인지하면서 다음 칸으로 재빨리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1824년에 알파벳과 숫자, 간단한 문장부호 등을 만들고, 1829년 자신의 문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브라유 점자’다.

◆점자의 혼란기

보급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혼란이 따랐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를 채택하면서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여 오랜 혼란기를 겪었다. 미국 맹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우는 자신이 만든 보스턴 선문자(Boston line type)를 사용하게 하고 브라유 점자를 철저하게 반대해 ‘위대한 인물의 위대한 과오’라는 혹평을 받았다.

뉴욕맹학교 교장 웨이트는 1868년 4점으로 구성한 뉴욕점자(New York point)를 창안했고, 퍼킨스맹학교 음악교사 스미스도 미국점자(American braille)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점자가 난립해 맹인들이 오히려 소통불능 상태에 빠졌다.

프랑스에서도 맹학교를 설립한 아우이가 두꺼운 종이에 철필로 눌러 쓴 선(線)문자를 만들어 가르쳤고, 영국의 맹교육자 문은 문식문자(Moon type)를 고안해 사용했다.

점자들 사이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뒤, 결국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브라유 점자의 우수성이 입증돼 채택되었다. 당시 점자에 관한 논쟁을 ‘점 전쟁’(The war of dots)’이라 부른다.

점자가 표기된 각종 안내표식(왼쪽), 캔 용기에 표기된 점자.
◆한글점자의 창안

미국인 감리교 선교사 홀 여사가 1898년 뉴욕점자를 기초로 한글점자(평양점자)를 만들어 평양에서 맹여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4점 점자였던 평양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았으며, 자모 중 일부를 2칸으로 제자한 탓에 우리나라 점자로 정착되기엔 한계를 지녔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점자인 평양점자는 약 28년 동안 맹인용 문자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총독부가 1913년 제생원을 설립하고 일본의 6점 점자인 ‘훈맹점자’를 가르쳤다. 이를 배운 맹인들은 6점 점자가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제생원 맹아부의 교사 박두성과 그의 제자들은 1920년 비밀리에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하고 한글점자 연구를 시작하여 1923년 ‘3-2점자’(자음 3점, 모음 2점)를 제정했다. 그러나 3-2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아 다시 보완해 1926년 훈맹정음(訓盲正音)을 창안, 발표했다.

◆한글점자의 정비

광복 이후 한글을 되찾자 한글점자도 정비할 기회를 맞았다. 1947년 서울맹학교 교사 이종덕은 이중모음과 약자·약어를 제자하고, 한글점자 외에도 수학점자, 과학점자, 점자악보 등을 마련했다.

1982년 ‘한국점자통일안’에 이어 1994년 한국점자연구위원회의 연구 결과 ‘개정 한국점자통일안’이 나왔다. 물음표와 감탄표만 사용하던 것을 모든 문장부호 사용으로 개정하고 이중 표기가 많아 표준한글점자를 제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7년 ‘한국점자규정’에 이어 2006년 ‘개정 한국점자규정’을 고시했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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