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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공공시설 점자 규격 제각각… 시각장애인 눈 역할 못해”

입력 : 2017-11-04 14:00:00 수정 : 2017-11-04 14: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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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점자의 날' 91주년 / 김두현 서울점자도서관장 / 임의로 확대·축소 땐 무용지물 / 간격·돌출 높이 일정해야 식별 / 거꾸로 붙여 놓은 경우도 있어 / 콜라·사이다 모두 ‘음료’로 표기 / 장애인, 습득 어려워 청각 의존 / 부동산·금융 거래 때 애먹기도 / 다양한 정보 얻기 위해서라도 / 점자 배워 권리 누릴 수 있어야 “잘못된 점자 표기물이 너무 많아요. 규격 외 크기로 제작되었거나 틀리게 쓴 것, 그리고 거꾸로 붙여 놓아서 무용지물이 되곤 합니다. 또 점자의 돌출 높이가 너무 낮아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서울점자도서관의 김두현 관장은 “점자는 손 끝으로 읽는 문자라서 임의로 확대하거나 축소해 표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반드시 약속된 규격에 맞도록 만들어야 해요. 크기와 간격, 돌출 높이가 일정해야만 읽어낼 수 있거든요. 병이나 사고에 의한 후천성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울 경우, 양 손 검지 끝이 적어도 네다섯 번 벗겨지고 새살이 돋을 때쯤에야 비로소 점자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규격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점자의 반구형 돌출형태는 튀어나온 높이가 적어도 0.6∼0.7㎜이어야 하고, 점자 한 점의 바깥지름은 1.5㎜이며 점간 중심점의 거리는 2.3∼2.5㎜가 규격이다. 6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점자 간 가로 거리가 3.5∼4.0㎜이고 세로 거리는 5.0㎜ 내외로 한다.

김두현 관장은 서울점자도서관에 다목적실, 열람실, 청취실 등을 마련해 시각장애인들이 장애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시설을 이용하며 책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남정탁 기자
“편의증진법에 따라 각종 편의시설과 공공시설에는 점자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소방법을 적용하는 시설에는 아직 규정이 없다 보니 심지어 ‘비상구’ 표지마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24시간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흔히 구입하는 캔 음료에도 점자가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그냥 ‘음료’라고만 적혀 있는 것이라서 콜라인지 사이다인지조차도 식별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관심이 부족할 뿐….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전에 비해 점자표기가 늘어나 일반인들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렵지 않게 여기저기 붙어있는 점자라벨스티커를 찾아 볼 수 있어요. 지하철 벽에 붙은 손잡이 끝이나 은행 ATM기기 버튼 옆에도 있죠.”

김 관장은 점자교육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한자, 영어 알파벳, 숫자 교재 등을 보급하고 있다. 플라스틱 약통에는 하루 몇 번 복용해야 하는지를 칸마다 표기해 놓고 어르신들께 사용법을 설명한다.

“점자를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청각에 의존한 채 배우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점자를 알아야만 정확한 문자정보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늦더라도 꼭 배워야 해요. 특히 부동산 계약, 금융거래 등을 할 때 조력자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혼자일 경우, 자세하게 꼼꼼히 읽어주지 않거나 빼놓고 건너뛰어 골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성인이라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계약서, 규정집, 보험정책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점자를 익혀야 할 법하다. 취미나 교육을 위한 독서, 식당 메뉴, 악보, 찬송가 등도 중요하다. 카드놀이나 보드게임 또한 점자를 통해 접함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김 관장은 선천성 백내장에 의한 1급 시각장애인이다. 교정시력이 0.02도 안 되는 그는 마주 앉은 사람의 옷색깔을 희미하게 구분하는 정도다. 그도 좌절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스로 권익과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마음에 사회복지와 경영학을 전공했다. 시각장애복지관과 시각장애인연합회 등에서 활동하다 지난 8월 서울점자도서관장직을 맡았다.

“시각장애인에게 귀로 들려주는 책을 대여해주고, 각종 일반 문서나 책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작업을 합니다. 국가공인자격증인 점역교정사를 취득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뤄 일해요. 점자로 생성된 파일을 교정사가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한 줄 한 줄 점검한 뒤 점자 출력합니다. 흰색 두꺼운 용지에 인쇄, 제본해서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거죠. 물론 이메일로 전송하기도 하고요.”

점자 배우기를 원하는 시각장애인 가족용 프로그램과 일반 글을 점자로 변환하는 능력 검정인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비장애인들을 위해, 편지를 보내주면 이를 점자화한 뒤 우편으로 보내주는 일도 한다.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가족 모두의 마음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늘 일상에 쫓기면서도 빠지지 않고 낭독 봉사를 하러 오시는 방송사 성우들, 종교단체 봉사자들, 그리고 대학생들…. 자신의 삶을 기꺼이 빌려주는 이분들께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서울점자도서관은 1992년 설립된 특수도서관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70%, 노원구 20%, 후원 10%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 수는 25만1000명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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