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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청정국' 지위 되찾자] "처벌 만으로 문제 못풀어…고통 공감하고 고민 나눌 중독자 치료 활성화 절실"

입력 : 2017-10-31 06:00:00 수정 : 2017-10-3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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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단약 성공한 아버지 소회
“가족의 입장에서 중독자가 마약을 끊고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 외에 바랄 게 없어요. 하지만 수십년간 지켜본 입장에서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형벌은 치료와 재활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마약류 중독자가 된 딸로 인해 10년 넘게 고통의 세월을 보낸 이영호(80·가명)씨는 최근에는 고마움과 행복함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지금의 행복을 맛보기 이전 그는 먼저 지옥불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씨가 딸의 마약류 중독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8년. 아내가 딸을 경찰에 신고하면서였다. 그로부터 처벌은 수차례 진행됐지만 제대로 치료는 받지 못했다.

이씨는 “병원에 입원시키는데 딸이 나를 옆에 두고 ‘아버지가 죽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나, 갑자기 길에 쓰러지는 바람에 행인이 파출소에 신고를 하는 등 충격의 나날이 지속됐다”고 토로했다.

딸에 대한 충격과 분노는 자신의 죄의식이 됐다. 이씨는 이를 숨기기 위해 친척 등 모든 지인과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딸을 마약의 손아귀에서 빼내기 위해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중독자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중독자가 된 것처럼 은둔생활을 하며 딸에 대한 원망만 키우고 말았다.

이씨는 “딸을 낫게 한답시고 힘들게 하면서 나 자신 또한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며 “중독자의 가족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배우자이고 다음으로 자녀, 부모 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딸이 단약(마약을 끊는 것)에 성공하며 이씨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씨는 “돌이켜보면 (딸에게) 의사 선생님 같은 다양한 전문가나 모임 동료 등 죄의식에 구애받지 않고 고민을 나누고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단약의 가장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의 딸은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난 뒤 사회복지사 등의 공부를 거쳐 중독자들의 재활·치료 및 정상적인 생활 복귀를 돕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딸이 새출발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됐다. 그는 “감옥과 병원만 오가는 현 상황보다는 중독자들이 고통을 서로 공감하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모임과 각종 치료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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