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역사의 페이지를 들춰보면 반성문을 써야 할 쪽은 대한민국이다. 6·25 전날 밤 국군의 지휘부는 회식으로 술에 취해 있었다. 국가지도자와 정치권은 대책 없이 북진통일만 외치다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수도가 함락되는 국난을 자초했다. 당시 북한이 남한의 적화를 위해 중국, 소련과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거꾸로 읽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와대는 소설가 한강이 쓴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기고문에는 “한국전쟁은 이웃 강대국들에 의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대리전이었다. 한국이 또다시 대리전 위협에 놓여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80년대 운동권에 풍미했던 이런 종북적 사관으로 점증하는 안보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평화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국가 구성원이 똘똘 뭉쳐 안보의지를 다지고 힘을 길러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여·야·정이 과거 적폐청산 문제로 이전투구하는 현상은 국가안보에 최대 위협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권력기관과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누적돼 온 관행을 혁신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적폐청산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지금은 6·25전쟁 이래 국가안보가 가장 위협을 받는 시기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잇달아 감행해온 북한은 조만간 미국 본토를 겨냥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조짐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그제 밤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으로부터 북한 공격과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옵션을 보고받았다.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우리는 나라를 수호할 준비와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매티슨 장관이 소개한 ‘이런 전쟁’을 읽어야 할 당사자는 우리 정치 지도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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