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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美 대북정책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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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1 21:14:05 수정 : 2017-08-31 21: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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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상대로 협상해야” 주된 목소리 / 트럼프, 적극적으로 ‘주전론’ 표출 / 최측근 인사 의아할 정도로 신중 / 韓 역할은 실종… 철저한 전략 필요 지난 12일 이뤄진 미·중 정상 간 전화회담을 계기로 북한 위기가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난 주말 북한이 일종의 남한용인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북·미 간 치킨게임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보란 듯 일본 상공을 훌쩍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맞서 북한과의 대화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각종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궁금하다. 미국 내 모든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전문가의 의견을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위기를 바라보는 미국 전략가들이 어떤 생각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을까?

대체로 세 가지 갈래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주된 목소리는 북한을 상대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전문가 그룹은 미국 국가이익의 매우 현실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지적은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과거 냉전기 구소련이 보유한 수천 기의 핵무기와도 평화로운 공존을 이뤘는데, 북한을 상대로 협상에 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워싱턴 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로 공유하는 애틀랜틱 혹은 포린폴리시 등과 같은 저널은 북한과의 협상을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영토를 대상으로 직접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일차 협상 목표로 설정해 이를 성사시키고, 나아가 북한 핵의 동결 및 폐기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되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단계적으로나마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발견하게 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둘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최측근 인사들은 의아스러울 만큼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주지하는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등은 모두 실전 경험을 갖춘 미국 내 최고 군인 출신이다. 굵직한 전쟁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어떤 전략가보다도 북한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신중한 입장이다. 물론 만에 하나라도 미국의 군사 옵션이 채택되면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겠지만 최후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 이들은 가장 신중한 정책결정자 그룹으로 남을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주전론(主戰論)자처럼 보인다.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언사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으며, 북한 김정은과의 대결은 어느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됐음을 인정하면서 그 어떤 양보도 각자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일부 보수적인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북한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역사상 발생했던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이 상대 진영의 의도에 대한 오판과 오해는 돌이킬 수 없는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바는,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 어디에도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동맹국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군사 행동은 있을 수 없다는 우리의 주장은 이론적으로 정당한 주장이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또다시 감행하는 ICBM 발사시험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면 여기에 대한 미국의 독자적인 대응방식을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누가 뭐래도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북·미 간 대결이 한국을 뒤로한 채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영어식 표현에도 없는 ‘코리아 패싱’(한반도 관련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 가능성에 대한 보다 철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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