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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어둠 속에 숨어 ‘번뜩이는 눈’… 몰래 돌려보며 ‘쑥덕이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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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6 14:00:00 수정 : 2017-08-27 21: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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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모자·단추 등 몰카 장비 날로 진화 / 공공장소에서도 ‘사이버 성폭력’ 버젓이 / 인터넷 유포 땐 삽시간에 퍼져 속수무책 / 피해자 98%가 여성… 극심한 정신적 고통 / ‘몰카 범죄’ 느는데 규제는 제자리걸음 / 초소형 카메라 판매 허가제 전환 시급
#1. “솔직히 말하면 몰카 ‘야동(야한 동영상)’이 아니면 흥분되지 않아요.” 직장인 A(30)씨는 몰카 야동 중독자다. A씨는 매일같이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찾아 몰카 포르노를 감상한다. A씨가 하루에 몰카 포르노를 보는 횟수는 어림잡아 3∼5회. 게다가 A씨는 몰카 야동이 아니면 성적 욕구를 잘 느끼지 못한다. 신혼이지만 벌써부터 부부관계는 소원해졌다. 인터넷상에서 몰카 야동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A씨가 자주 찾는 P2P 사이트에서만 하루에도 수백건의 몰카 야동이 올라온다.

#2. B(27·여)씨는 이제 연애는커녕 사람을 만나기조차 두렵다.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도촬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해서다. B씨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건 2년 전이었다. 한 친구가 “여기 동영상에 나온 사람 혹시 너 아니야?”라며 B씨에게 동영상을 보냈다. 갑자기 헤어진 남자친구가 떠올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영상에는 전 남자친구와 성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을 복수하기 위한 야동 유포)’에 당한 것이었다.

오늘날 관음증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표적이 된다.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가 더 작아지고 은밀해지면서 자신을 몰래 촬영하는 사실도 알기 어렵다. 행여라도 인터넷상에서 도촬 사진이나 동영상이 1명에 의해 유포된다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1000명, 1만명이 보게되는 게 현실이다. 1%가 좌우하고 9%가 재확산하며 90%가 관망하는 ‘90:9:1 법칙’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이들 관음증 콘텐츠는 성적인 내용을 넘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담기도 한다.

◆지라시의 유혹에 빠진 사회

카카오톡 등 SNS를 타고 연예인과 일반인의 명예훼손 정보지(지라시)가 유포된다. 지라시는 일본어(ちらし)에서 출발한 사설 정보 문건을 뜻한다. 초기에는 서울 여의도 등 금융권에서 정·재계 외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보 습득보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는 이야기가 주로 유통된다.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종의 ‘카더라’ 통신이다. 허위사실이지만 파급력은 엄청나다. ‘성관계 동영상이 돌고 있다’, ‘성범죄를 저질렀다’ 등의 허위사실로 연예인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지라시의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기업에 근무하는 한 인턴이 전 직원에게 커피를 돌렸는데 알고보니 서울의 고층 건물주’, ‘직장인 아무개는 직장 후배들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맥주에 소변을 타서 먹이는 등 패악질을 한다’ 등의 내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 명이 10명에게 알리고 다시 10명이 각각 10명에게 옮기는 식으로 몇 차례 반복되자 온 세상이 그 소문을 듣게 됐다. 지라시의 당사자는 손을 쓸 수 없다.

◆‘더 은밀하게…’ 진화하는 몰카

신종 몰카 장비들로 도촬 역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발전하는 신종 몰카는 놀라울 정도다.

온라인 사이트를 보면, 기록 및 소송 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몰카를 판매한다. 볼펜 몰카는 등장한 지 10년이 넘은 구식에 가깝다. 안경·모자·넥타이·단추·물병·차키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에서 그림·전등·화재경보기·옷걸이·나사못·리모컨 등 상상도 못할 몰카를 판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매년 30∼40개의 몰래카메라가 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인증을 받는다.
경찰청에 압수된 각종 몰래카메라들.

이 같은 몰카는 성범죄로 쉽게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6월에도 소형카메라를 목욕 바구니에 넣어 수영장 탈의실과 샤워실을 몰래 찍던 프랑스 국적의 C(57)씨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달에도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이자 현직 판사가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몰래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범죄는 2012년 2400건,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 지난해 518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법적 규제 속도는 느리다. 2015년 8월 국회에서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단속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올해 들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몰카 범죄에 대한 특단 대책 마련을 지시에 함에 따라 다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관음증 피해자들

몰카 촬영을 포함한 관음증은 대표적인 사이버 성폭력이다. 관음증의 대상은 남녀를 구별하진 않지만 피해자의 98%가 여성이다. 공중화장실·탈의실·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도촬 앞에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관음증의 표적이 된다.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 역시 여성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관음증 대상이 된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이어지고 대인기피 현상이나 스트레스 장애가 찾아오기도 한다. 자신의 사생활이 지라시에 등장했던 D(27·여)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지라시가 퍼지면서 자신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때문이었다. 처음 지라시가 퍼질 당시 D씨는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주변에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그저 무방비 상태로 소문이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D씨는 “마음 같아서는 지라시를 처음 유포하는 사람을 말 그대로 죽여버리고 싶었다”며 “나는 상대를 잘 모르는데 지라시를 본 사람들이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눈빛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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