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1980년 5월 광주 항쟁 중심지인 옛 도청 옆의 '전일빌딩 헬리콥터 기총사격'에 대한 특별조사를 국방부에 지시했다.
1980년 5·18 기간 중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기자들이 촬영한 헬기 사진. 사진=연합뉴스 |
5·18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사격 증언은 1988년 '5·18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후에도 조비오 신부 등 수많은 시민들이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고있다.
그 때마다 국방부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기총 사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당시 신군부가 시위대에 맞선 '자위권' 차원의 발포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광주시가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물 내외벽에서 탄환 흔적을 무더기로 발견하면서 기총사격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의 종지부는 찍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올 1월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185곳이 사실상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에 의한 총탄이라는 최종 감정보고서를 광주시에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
국가기관이 37년만에 처음으로 5·18당시 헬기사격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 때부터 5월 단체와 광주시민은 5·18 당시 헬기사격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국방부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치며 헬기사격에 대한 진실찾기는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투기 출격 대비의 명령권자가 누군지도 규명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 당시 한 공군 대위가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1980년 5월 지상공격용 폭탄을 전투기에 싣고 광주로 출동한 준비를 했다는 증언에 따른 것이다. 신군부 광주공습 계획은 그 전까지 5·18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전언, 미국 평화봉사단원 팀 원버그가 작성한 일지 등을 통해 소문으로만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로 헬기사격의 최초 발포 명령자가 누군인지 밝혀질지 주목을 받고있다. 국방부가 37년 전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5·18 진실 규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헬기 사격에 대한 발포 명령자를 규명될 경우 자연스럽게 1980년 5월 '광주학살'을 지시한 최종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드러나기때문이다.
5.18 당시 전일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 사진=연합뉴스 |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1980년 5·18 당시 공대지폭탄을 장착한 전투기의 광주 출격을 대기시켰다'는 공군 조종사의 증언과 관련, 폭격 계획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김양래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면 전두환 등 신군부가 주장했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자위권 발동 차원' 논리는 모두 거짓말이 된다"며 "헬기 기총사격에 대한 조사는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를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시의회도 성명을 내 "소문으로만 떠돌던 광주공습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학살 책임자의 입을 통해 밝혀진 진실은 없다"며 "국방부는 관련 군사작전 기록물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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