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대회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추 대표는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정발위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추 대표는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장 혁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혁신안이 바이블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혁신안’에는 각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의 공천권을 시도당 위원회에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추 대표는 “혁신안은 중앙당의 패권을 개선하려고 만든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중앙당의 패권을 시도당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며 “지금 시도당 위원장은 9월부터 12월까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평가한 뒤 자신은 공직자 사퇴시한에 맞춰 위원장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이 시도당의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고민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전날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언급하며 “정당을 혁신하자는 것은 소통을 강화하고 당원권을 키워 역동적으로 선순환하는 정당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직접민주주의와 같은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문 진영을 중심한 정발위 반대파의 생각은 다르다. 추 대표의 정발위 추진은 시스템 공천과 분권이라는 ‘김상곤 혁신안’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선거 1년 전 경선 룰을 확정하도록 한 현행 당규를 위반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해서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라며 “추 대표가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발위 논의를 계속한다면, (정발위 반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공동으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와 친문 진영은 유독 인사 문제로 잡음이 많았다. 추 대표가 대선 선대위 상황실장에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민석 전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대선 직후에는 친문계로 분류되는 당시 안규백 사무총장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당에서 국무위원을 추천하는 추 대표의 인사추천위원회 제안 구상이 친문계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추 대표의 정발위 구상을 계기로 여권 내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 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 대표는 설훈 의원이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가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도 탄핵감이지 않으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해 “농담으로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범계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번 주 내로 봉합을 위한 최고위 논의를 하자”고 추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추 대표 측은 23일 최고위에서 정발위 권한을 축소하거나 공천 분야에 한해 단계적으로 논의에 착수하는 절충안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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