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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평택시대는 더 강력한 새로운 한미동맹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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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5 19:25:08 수정 : 2017-08-15 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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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前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지난달 11일 주한미군의 주축인 미국 육군 제8군사령부가 주둔지를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고 새 청사 개관식을 했다. 주한미군이 64년 동안 머물렀던 용산시대를 접고 평택시대를 연 데는 조력자가 적지 않다. 이 중에서도 김기수(66) 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0년 6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고는 3개월 뒤인 그해 9월 단장에 부임해 지난 6월까지 무려 7년간 재임했다. 단명에 그쳤던 전임들과 비교해 이례적이다. 장기집권이라는 비판적 이야기도 없다.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한 덕택으로 평가된다.
김기수 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군 기지 이전 과정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소탈하고 편안한 인상은 현안을 논할 때면 180도 달라진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이 또한 단장직 장수(長壽)의 원동력으로 여겨진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만난 그에게서 평택기지 이전 과정에서의 애환을 들었다. 그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한 평택시대 개막에 대해 “전략적 측면에서 더 강력한 대북 억제력 보장을 위한 새로운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전 단장 부임 전 사업단은 온갖 잡음으로 시끄러웠는데.

“부임했을 때는 기지 기반시설 공사 방식을 두고 미국의 불만이 매우 컸던 상태였다. 우리가 미군과 사전협의 없이 공사 방법을 번복해서였다. 사업단 조직 내부 분위기도 험악했다. 공병 출신 전임 단장의 업체 유착사건 이후 내부 보안사항 등이 잇따라 외부에 유출돼 기강이 무너진 게 주된 원인이었다. 이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가 팽배했다. 나를 단장에 임명한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제발 조용히 좀 만들라’며 신신당부까지 했을 정도였다.”

-전임들에 비해 단장직을 너무 오래 한 것 아닌가.

“처음 부임했을 때는 임기가 2년이었다. 임기를 마치면 1년씩 다섯 번까지 연장이 가능했다. 연장이 끝나자 지난해에는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다시 공개 응모토록 했다.(웃음)” 두 사람은 육사 31기 동기다. 한 전 장관이 그만큼 그를 믿었다는 의미다.

-갈등과 잡음은 어떻게 해결했나.

“미군과는 신뢰 구축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 협상 전에 내부 논의를 거쳐 실무자부터 단장까지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미군에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 기지이전 업무를 보는 미군 관계자가 교체될 때마다 용산기지이전협정(YRP) 등을 자세히 설명한 것도 갈등과 오해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조직 내부 단속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였다.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면서 의견수렴을 많이 했다.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에게 좋은 사람 보내 달라고 부탁도 많이 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군과 문화적 충돌은 없었나.

“원칙과 기본을 따지는 미군과 공사기간을 단축해 조금이라도 예산을 줄이려는 우리 사이에 인식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럴 때면 미군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준법투쟁’하지 말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열차 기관사는 출발 전 반드시 열차의 문이 닫혔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직접 다 확인하려면 열차는 제때 출발하지 못한다. 미군이 딱 그랬다. 행정조치가 끝나기 전에는 착공을 미뤘다. 미군은 사업단이 별도로 꾸려진 우리와 달리 담당 참모부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8군이나 주한미군사령부 업무를 겸해서 일을 봤다. 협상에 나서려 해도 담당자가 훈련을 가서 안 돼,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서 안 돼, 도대체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8군사령관에게 공사 관련 담당자들은 일을 다 마칠 때까지는 휴가를 보내지 말라고까지 했다.”

-기억에 남은 애환을 꼽으라면.

(예민한 대목인지 잠깐 답변에 뜸을 들인 뒤 입을 연다) “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양국 법이 충돌한 적이 있다. 가령 A라는 사업에 3년이 걸린다 치자. 우리나라는 매년 1년치 사업예산만 짠다. 그런데 미국은 발주 시점에 3년 동안 사업 비용이 모두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 완공시점까지 소요되는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착공한다는 의미다. 기지이전 사업 과정에서 미군이 발주해야 하는 보안시설 공사가 있었다. 1년이 넘게 걸리는 공사인데 미군은 그 돈을 한꺼번에 달라고 했다. 우리가 규정상 1년치밖에 줄 수 없다고 하자 미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면했다. 미심쩍어 과연 그런지 알아봤는데 사실이었다.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공사가 장기간 중단됐다.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궁여지책으로 미국 법률에 명시된 ‘해외에서 신용장을 발행하면 (공사비 전액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공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발견했다. 미군 측에 이 규정의 활용을 제안했더니 한 번도 이런 규정을 적용해 공사를 한 적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이후 미군이 미국 재무부 승인을 받고, 우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신용장을 개설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하지만 신용보증액수가 수천억원대에 달하다 보니 미국 은행을 선택하느냐, 한국의 은행을 이용하느냐로 또 옥신각신했다. 한국도 잘사는데 뭘 못 믿어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 은행이 아니라 미국 은행만 고집하느냐고 논쟁을 벌인 거다. 결국 8군사령관을 만나 ‘내가 미국 가서 직접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제야 미군은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공개입찰을 한 뒤 신용장을 발급받아 공사를 발주시켰다. 우리 정부가 하니까 신용장 발행 비용이 제로였다. 안 그랬다면 이자 부담으로 또 예산이 추가됐을 거다. 별짓 다 했는데…. 여기까지만 합시다.”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군 경력은 도움이 됐나.

“2006~2009년 수도군단장 시절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 설치됐던 철조망을 철거하고 기반공사를 할 수 있도록 내부 도로를 만드는 작업을 지휘한 적이 있다. 그때 맺은 인연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웃음) 처음에는 ‘사업단을 군인들에게 맡겨 예산이 많이 든다. 공기가 늦춰진다’ 등 얘기가 많았다. 미국 측 협상파트너는 모두 군인이다. 따라서 군 특성을 모르고선 협상이 안 된다.”

-현재 기지이전 사업 추진 현황은.

“올해 7월 기준으로 약 95%의 진도를 보이고 있다. 기지 건설은 57개 프로젝트 중 60%는 건설이 완료됐고 나머지 프로젝트도 마무리 단계다. 올해 8군사령부를 비롯한 24개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경기 북부 미국 육군 제2사단도 내년까지 사단사령부를 포함해 대부분 평택으로 옮겨갈 것이다.”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을 위해 기지 완전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한·미연합사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전까지 잠정적으로 잔류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해당 부지는 반환돼 용산공원으로 조성된다. 용산 미군기지 중 용산공원 조성에 포함되지 않는 부지는 미국대사관 예정 부지와 미군 휴양시설인 드래곤힐, 헬기장으로 이는 양국 합의에 따른 것이다. 나머지 부지는 반환돼 공원을 조성하는 데 쓰일 것이다.”

-기지이전을 계기로 향후 발전적 한·미동맹 기틀을 다지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 보는가.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전사업의 깔끔한 마무리가 현 단계에서는 최고의 선택이다. 진행 중인 건설공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한·미 간 원활한 인수인계를 통해 이전사업을 계획된 기간 내에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한미군 평택시대와 더불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작권 조기 전환과 관련해 한·미동맹의 전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연합지휘구조의 구축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것도 필요하다.”

정리=박수찬 기자 psc@segye.com

대담=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기수 전(前) 단장은
●전남 함평(66) ●학다리고·육사 31기·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동국대 안보행정학 석사 ●국방장관 보좌관(준장) ●국방부 획득정책차장 ●제21보병사단장(소장) ●육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수도군단장(중장) ●합참전략기획본부장 ●2010년 6월 30일 전역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2010년 9월∼지난 6월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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