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를 해치는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간 정부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우방국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새 정부 들어 이미 6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저지른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내기에 바빴다. 국방부는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한 당일에도 성주 사드포대 기지에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1년여 시간이 걸리므로 사드의 연내 배치는 물 건너가게 된다. 그 발표는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지시로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어졌다. 안보당국의 오판과 안이한 자세가 빚은 ‘안보 참사’였다.
오락가락 안보정책은 사드 배치를 두고 갈지자 행보를 보인 청와대 책임이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 취임 초 사드 보고 누락을 공개리에 이슈화했지만 방미해서는 미국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 상·하원 의원들에게 “배치가 늦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번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자마자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하면서 ‘임시 배치’라고 강조했다. 긴급명령식의 추가 배치를 지시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미국과 중국을 줄타기하다 자칫 양쪽으로부터 비난받는 샌드위치 형국이 될 우려가 크다.
북한은 종전까지 미사일을 날이 밝은 뒤 동해안 주변에서 쏘아올렸으나 이번에 한밤중 중국에 가까운 자강도에서 발사했다. 언제 어디서든 ICBM을 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해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대로라면 미국 중서부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췄다. 그런데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ICBM으로 판명나면 레드라인(금지선)의 임계치에 온 것”이라고 했다. 북이 오래전에 금지선을 넘었는데도 아직도 임계치 운운하고 있으니 청와대의 안보관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대북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하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의 투트랙 전략이 때로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규탄하고 압박할 때다. 문 대통령이 엄격한 대북정책을 요구하면서도 “베를린구상의 동력을 잃어선 안 된다”고 한 것은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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