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요? 스펙 쌓는 시간이죠. 방학이 더 바빠요”
대학교 3학년 김모(25)씨의 푸념이다. 김씨는 올해 2월 군복무를 마치고 1학기에 복학했다. 오랜만에 맞는 여름방학에 유럽 배낭여행을 꿈꿨던 김씨지만, 현실은 매일 아침 토익 학원이다. 김씨는 “지난 5월 토익유형이 새로 바뀌었다더라. 내년 취업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본 스펙’이라 불리는 토익 900점을 넘겨야겠다고 생각해 여름 방학 시작하자마자 토익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 방학에는 인턴과 공모전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학기 중보다 오히려 방학이 더 바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학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의 건전한 발달과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다. 실제로 대학생들도 방학에는 휴식을 원하고 있다. YBM넷이 설문조사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최근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남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6%가 여행(46.5%)이나 휴식(14.1%)으로 쉬고 싶다고 답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며 취업의 가능성을 1%라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방학을 맞기전 5~6월부터 정부부처나 연구소, 기업, 은행 등의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기말고사 준비와 함께 인턴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전쟁 같은 시기를 보냈다. 대학교 4학년 박모(25·여)씨도 7월부터 대기업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는 “이번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이번 여름방학 두 달 동안의 성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곧바로 전환되어 지옥 같은 취업 시장을 피할 수 있느냐가 달렸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름방학의 여행, 휴식은 사치다. 이번 두 달에 내 인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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