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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의 사서삼매경] (19) '읍참마속' 한미 앞길에 놓인 '문정인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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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4 10:00:00 수정 : 2017-07-01 15: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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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속은 제갈량의 당부를 저버렸다. 요긴한 길목을 버리고 산 위에 진채를 세워 요충지 가정을 잃게 했다. 기산이 무너지자 기곡의 조운이 조진에게 패했다. 제갈량도 퇴로가 끊기기 전에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량은 1차 북벌이 실패로 끝난 뒤 참패를 가져온 마속의 목을 베었다. 마속은 그와 문경지교를 맺은 마량의 아우였다. 장관이 그를 말릴 때 제갈량이 말했다. 손무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군율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군율을 무시하면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십팔사략 중에서>

문재인정부의 첫 위기가 대미 외교안보에서 올 가능성이 대두된다. 첫 포석은 좋은 자리에 뒀다. 미국산 무기와 셰일가스의 구입을 늘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국이 부랴부랴 협상카드로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좋은 신호를 줬다. 외교를 세일즈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았다.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도 상통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산다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여지가 있겠다. 법절차로 시간을 번다. 구매 단계에서는 북한을 향해 고정해놓을 자위적 수단이라 설득한다. 우리군이 직접 운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내정간섭이다. 

수조원이 들기는 하다. 아랍에미리트가 사드 2개 포대에 부가비용을 더해 34억8000만달러(약 3조9500억원)의 거금을 썼다. 카타르는 조기경보레이더(EWR) 1대 등을 더해 아랍에미리트의 2배 정도인 65억달러(약 7조3781억원)를 들여 사드를 들여왔다. 1개 포대에 최대한 적게 잡아도 2조원대의 비용이 든다. 지난해 우리군의 국방비가 38조8000억원이다. 국력이 사드 구매 비용 정도는 감당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트럼프는 무기를 많이 사주면 최고의 파트너라 여기겠다. 우리의 대미 협상카드가 호주머니 터는 일뿐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나쁜 신호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문 특보는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으며 미군의 전략무기 배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일침했다. 맞는 말인데 적절한 말은 아니었다. 한미 연합훈련만 하면 북한 장병들이 홍역을 치른다고 알려져 있다. 훈련의 강도를 낮춘다면 북한군의 피로도가 떨어지겠다. 선결조건은 한반도 평화무드다. 사드는 부분이며 본질인 한미동맹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틀리지 않았다. 문 특보가 적절하지 못한 것은 시기 문제다. 대통령 특보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때에 미국에 가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식물인간 상태로 고국으로 돌아간 때에 내어놓은 '개인 의견'이기 때문이다. 웜비어의 불행에 모든 미국인들이 격분하고 있다. 상갓집에서 마이크를 들고 원수와의 화해를 얘기한 셈이다.

트럼프의 악질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가 있다. 약소국의 특보가 결례 비슷한 것을 했다.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는 보도가 전해진다. 최전방 방어선을 일본으로 후퇴한다고 하면 당장 한국 내에서 난리가 나겠다. 뉘앙스만 비쳐도 반문세력이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 일부가 워싱턴 정가와 미리 접촉해 일을 꾸미면 손쓸 방법 없이 당하겠다. 국익에 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있다. 슬슬 빠지기 시작하는 지지율이 고꾸라지겠다. 실제 인계철선이 사라지면 북한이 해볼 만하다 생각하겠다. 대신 쓸 우산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일본이나 러시아가 슬슬 우습게보겠다.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만을 경계한다는 생각은 모자람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애초부터 엄청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더 얻는 협상이 아니라 덜 잃는 협상이다. 미국의 위세로 호가호위하니 손해만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연횡과 비슷하다. 위험한 도박장에 앉지 않아야 하는데 호스트가 승부사다. 기댈 곳은 강경화 장관의 유엔 인맥이겠다. 임명해버렸으니 다른 수를 찾아야 한다.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을 주시해야겠다. 논란을 미리 정리하는 것도 좋다. 오자병법의 오기는 제나라 출신의 처를 살해해 자신이 제와 무관함을 보였다. 미국과 공동으로 북한개발사업을 한다면 한반도 안보의 가장 큰 진전을 이루겠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G2 동맹시대에 오작교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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