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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종룡 "금융개혁법안 조속 입법화로 국제 경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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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8 16:21:35 수정 : 2017-05-18 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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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임종룡 금융위원장 인터뷰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자). 임종룡(58) 금융위원장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금융규제 완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했던 말인데, 금융위원장 시절엔 금융개혁을 강조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금융위원장 부임 일성으로 “국가경쟁력보다 뒤처져 있는 금융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저한테 주어진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재임 기간 인터넷은행 출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같은 금융개혁 조치들을 잇따라 내놨다. 퇴임을 앞둔 지금 임 위원장이 매진했던 금융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퇴임을 앞둔 임 위원장을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위원장 접견실에서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재문기자
-새 정부 출범 하루 전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있다. 금융감독기관 수장으로서 어떤 소신으로 일해왔나.

“부임할 때부터 금융당국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간섭하고 관여하려고 하는 ‘코치’의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시장이 공정한 원리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심판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금융혁신을 위해서 불필요한 규제들은 대폭 없애거나 개선했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겪는 금융애로 상황을 파악해 이를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업권 내, 업권 간 장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발해 금융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을 이끌고자 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인터넷 전문은행이 지난 4월 출범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또 16년 만에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했고 22년 만에 보험업권 내 상품가격 등을 규율하던 각종 규제가 철폐됐다. 증권업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서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회사들에 한해 7월부터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IB들이 기업금융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아쉬운 부분은 없는가.

"가장 아쉬운 점은 은행법, 자본시장법 등 금융개혁 입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터넷 은행이 금융시장의 혁신을 유발하는 건강한 메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IT(정보기술)산업이 주도해서 금융과의 융합을 추진해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4% 제한)를 완화해주기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개편해 시장에서 경쟁을 시키려 했으나 역시 관련 법안이 계류 상태다. 세계적으로 거래소들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해 혁신을 도모하는 추세다. 우리는 이미 늦었다. 새 정부에서 하루속히 이들 법안이 입법화 돼 국제적인 금융 산업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금융업권 간의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 자체가 전업주의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금융업권 간 장벽을 모두 허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자산운용 등 몇몇 분야에 한해서는 증권과 보험, 보험과 은행, 은행과 증권의 업무를 분리하고 있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금융기관들이 활발한 경쟁을 통해 고부가·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업권 이기주의도 문제 아닌가.

“그렇다. 일부 규제들은 금융권 스스로 원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규제가 있어서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회사들도 바뀌어야 한다. 경쟁을 하려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금융업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막고 있는 장벽을 깨고, 경쟁하고, 해외로 진출해야한다.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혁신을 유발해야 한다. 앞으로 그런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다. 금융산업이야말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관해서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대우조선 사태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기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경영실적 악화를 우려해 한계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미룰 수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면 그만큼 국가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이미 자본시장에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성장해온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역량있는 인재들이 많다. 이들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사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법원도 향후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등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한진해운에는 금융논리가, 대우조선에는 산업논리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마치 원칙이 달랐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사실 2년간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원칙은 두 가지였다. 먼저 구조조정은 결국 이해관계인들의 손실 분담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손실을 좀 감수하더라도 더 큰 회수 가치를 얻기 위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국책은행에서도 지원을 할 수 있다. 또 이해관계자들이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우조선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은 법정관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조금씩 감수하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결과 여부만 놓고 다른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지만 대우조선의 회생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생존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조선업황 개선, 임직원들의 경영능력 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우조선은 현재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위가 목표로 했던 ‘작고 단단한 경쟁력을 갖춘 조선사’로 거듭나기 위한 최적의 여건은 갖췄다고 판단한다. 일단 재무구조 건전성 측면에서 부채율이 200%대로 줄었고 산업구조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선과 방산을 강화하고 플랜트는 대폭 줄였다.”

-재임 기간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부상했다.

“추세적으로 가계부채는 완화국면이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게 해 처음부터 나눠 갚게 하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전체 금융권으로 도입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있다. 시장 환경도 금리는 오름세고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안정화하면서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출자의 ‘빚 갚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여신관리 지표로 활용된다면 금년 중에 증가율이 한자리 수 이내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시행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가 7월 말 끝난다. 각각 70%, 60%인 LTV·DTI를 둘 다 50%로 되돌려야하나.

“그렇지 않다. LTV, DTI는 원래 금융회사의 건전성 장치다. 이걸 움직이는 것 자체가 경제주체에게 좋지 않다. 이 비율은 상수로 두고 믿음을 줘야 한다. 더욱이 가계부채 문제는 LTV, DTI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일자리 정책, 재정 정책 등을 통해 가계의 소득을 높이는 종합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가계부채총량 관리제’는 현실성이 있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공약에서 제시한 150%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지금도 153% 정도다.”

-문재인정부는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불이행자 203만여명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다.

“빚을 갚을 수 없는 개인에 대한 구조조정, 경제적 재기를 위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세부설계가 관건이다. ‘빚은 끝까지 갚아야만 하는 것’이란 대원칙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어떤 경우든 빚을 전액탕감해줘선 안 된다. 개인이 빚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조정해 주는 것, 성실히 상환했을 경우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법정 최고이자율 상한선을 20%로 제한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공약에 대해서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부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적어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추진과정에서 특정 수치를 목표치로 제시하고 융통성 없이 추진하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최고 이자율을 낮추려 한다면 ‘20%’라는 특정 수치를 당장 제시하기에 앞서 먼저 대부업체들의 영업상황, 비용구조를 얼마까지 낮출 여지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무리하게 이자율을 낮추면 자칫 양성화되었던 대부업체들을 음지로 내보내고,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금융의 감독 기능과 정책 기능을 나누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개편 논의는 5년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다. 역사적으로 재무부, 재경원, 재정경제부, 금감위 등 모든 형태를 다 취해봤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교훈은 결국 ‘개편을 위한 개편’은 비효율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금융감독과 정책수립 기능을 무 자르듯이 분리한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정책이 있고 또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있다. 억지로 분리한다고 해도 되레 기관 간 ‘밥그릇 싸움’만 유발할 것이다. 이미 새 정부가 출범했고 해결해야 할 금융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개편 논쟁으로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현 체제의 모순이 있으면 이를 조금씩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59년 전라남도 보성 출생 △영동고,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 증권제도, 금융정책과 과장 △주 영국 대사관 △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심의관 △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 기획재정부 제1차관 △ 국무총리실 실장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제5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정리=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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