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등장한 첫 휴대전화는 전화번호 외에는 따로 표시할 정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전체 크기는 벽돌보다도 컸지만, 화면은 성냥갑보다도 작았다. 휴대전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커다란 숫자 패드와 송수신 마이크, 스피커였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보다 많은 정보를 취급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변모하면서 화면 크기도 점점 커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휴대전화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으며, 점점 제조 기업의 기술을 상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휴대전화는 1983년 공개된 모토로라의 ‘다이나택 8000X’다. 길이는 안테나를 빼고도 무려 33㎝, 두께 8.9㎝, 무게도 784g 이 휴대전화는 당시 가격이 3995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제품이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1줄짜리 LCD로 오로지 붉은색으로 전화번호만 표시됐다. 통화라는 목적에 충실했던 전화기였던 셈이다.
국내 최초의 휴대전화는 삼성전자가 1988년 출시한 SH-100이다. 다이나택보다는 크기가 많이 줄었지만, 길이 19.9㎝, 두께도 4.6㎝로 ‘냉장고 폰’으로 불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대가 팔린 히트상품인 이 전화기의 전면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부에 PCS가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휴대전화는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기기 크기는 줄면서 화면은 약간 커졌다. 1996년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장 전 가장 오랫동안 유행했던 휴대전화 형태는 ‘폴더폰’이었다. 폴더폰은 한쪽에는 스크린을 다른 한쪽에는 키패드를 달고, 휴대 시에는 이를 접을 수 있도록 해 휴대성을 높였다.
2000년 출시된 폴더폰인 삼성전자의 SCH-A2000은 외부에 3줄의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액정과 내부에 5줄짜리 액정을 달았다. 이후 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휴대전화용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등이 등장하며 휴대전화 화면은 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는 컬러 액정으로 진화했지만, 화면 크기는 2인치 대에 머물렀다.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가 커진 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물리적인 번호 키를 없애 버리고 그 자리를 화면으로 채웠다.
대신 전화를 할 때 소프트웨어적으로 화면에 번호 패드가 나타나도록 고안했다. 지금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다.
애플은 당시 2인치의 벽을 깨고 3대2 화면비의 3.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그 전까지 휴대전화의 기능은 사실상 전화와 문자에 머물렀지만, 스마트폰은 게임, 인터넷, MP3 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았고 큰 화면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아이폰 전면부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은 52%였다.
이 후 대부분의 업체가 물리적 키를 없앤 휴대전화를 쏟아냈고 화면 키우기 경쟁도 시작된다.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알린 ‘갤럭시S’의 화면 크기는 4인치였고 이후 S2, S3, S4로 이어지는 새 모델을 낼 때마다 화면을 조금씩 키워 2016년 S7 때는 5.1인치, S7엣지는 5.5인치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더 큰 화면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노트’ 시리즈도 선보였다. 2011년 첫선을 보인 갤럭시 노트의 경우 화면 크기는 5.29인치였고, 지난해 폭발사고로 조기 단종된 갤럭시 노트7은 5.7인치로 커졌다.
LG전자가 2012년 출시한 스마트폰 G의 디스플레이 크기가 4.7인치였으며, 올해 출시한 G6는 5.7인치로 그동안 1인치가 커졌다.
애플은 화면 크기 경쟁에서 한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고집 때문이었다.
애플은 무려 2011년까지 3.5인치 화면을 고집했고, 잡스가 사망한 다음해인 2012년에서야 딱 0.5인치를 키운 4인치 화면의 아이폰5를 내놓는다. 이후 애플도 화면 키우기 경쟁에 가세했고,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7은 4.7인치, 7플러스는 5.5인치 화면을 채택했다.
사용자경험(UX) 디자인 전문가인 스티브 후버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시 49%가 한 손만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큰 화면을 담으면서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게 제조사들의 숙제였다.
더 이상 휴대전화 크기를 키우기 힘든 상황에서 업계가 택한 전략은 베젤의 최소화다. 그 정점이 올해 출시된 갤럭시S8과 LG G6다.
갤럭시S8은 5.8인치, 갤럭시S8플러스는 6.2인치 화면을 탑재했으면서도 가로 크기는 갤럭시S7 시리즈와 거의 차이가 없다. 세로도 약간 늘어났을 뿐이다. 대신 전면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갤럭시S8과 S8플러스가 각각 83.6%, 84%로 늘었다.
LG전자의 G6도 스크린 비중이 80.7%나 된다. 애플 아이폰7 플러스의 화면 비중은 67.7% 수준으로, 업계는 올해 애플이 전면부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더 높인 새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스마트폰 크기를 키우지 않으면서 화면만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스마트폰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과거 폴더폰처럼 스마트폰을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 휴대성을 더욱 높이면서도 화면 크기는 줄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되거나 손목에 차는 형태의 스마트폰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소형 폴더블 디스플레가 2019년 등장해 2022년에는 12%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종이처럼 돌돌 말 수 있는 형태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도 2020년에 상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탈모보다 급한 희귀질환 급여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5/128/20251225508091.jpg
)
![[기자가만난세상] ‘홈 그로운’ 선수 드래프트 허용해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5/128/20251225508065.jpg
)
![[세계와우리] 줄어든 도발 뒤에 숨은 北의 전략](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5/128/20251225508090.jpg
)
![[조경란의얇은소설] 타자를 기억하는 방식](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5/128/2025122550807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