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람들] '24시간이 모자라'… 통역봉사 여경 화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5-06 21:07:55 수정 : 2017-05-06 21:07: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심야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중국어 통역봉사를 하는 여 경찰관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 항만경찰대에 근무하는 이송민(36·사진) 경사. 중국인민대학을 졸업한 뒤 2006년 외사경찰 중국어분야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이 경사는 경찰공직 입문 1년 전인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12년여 동안 24시간 통역자원봉사 단체인 ‘사단법인 BBB코리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이 경사는 2005년 7월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외국어를 활용, 할 수 있는 자원봉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BBB운동을 알게 됐다.

이 경사의 마음은 다부졌다. 야간시간대에 다급한 통역전화 요청이 많을 것 같아 처음부터 ‘24시간 통역가능’으로 신청한 것이다.

지난 3월 초순 어느날 새벽 2시쯤 비몽사몽간에 휴대전화를 받았다. 국제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한·중 부부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사소한 오해로 다투면서 결국 112 범죄신고로 연결돼 현장출동한 경찰관이 부부를 지구대로 데려와 전화통역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경사는 “당시 40여분에 걸친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 부부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큰 보람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이 경사의 근무지 인근인 남부경찰서 산하 문현지구대에서 밤 늦은 시간에 길을 잃은 중국인 민원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BBB통역전화가 걸려왔다.

“그 중국인은 친구를 만나러 부산을 방문했는데 문현로터리 일대를 헤매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자 마침 도로변에 있는 문현지구대를 방문한 사례였는데 다행히 도움을 주게 됐다”며 “저야 잠시 짬을 내서 전화기만 붙들고 있으면 되지만 중국어가 필요한 방한 중화인들에겐 매우 요긴한 통역이 되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공무원 다운 모습을 내비쳤다.

이 경사가 처리한 통역봉사는 지난 12년 동안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국불허 중국인 관련 사건을 비롯해 서울삼성병원 중국인 응급환자 이송 관련건 등 수백회에 달한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2015년 12월 사단법인 BBB코리아에서 ‘언어불편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10년 이상 헌신한 자원봉사자에게 수여하는 ‘BBB로열멤버’ 인증패를 받았다.

이 경사의 봉사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과시간이 끝난 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부산시 금정구 소재 H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주말마다 시설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재능기부를 했다. 그는 중국어 교육 자원봉사를 하여 공부에 흥미가 없던 아이들에게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학습 적응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도록 멘토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2013년부터 해당 청소년시설에 영·유아들이 새로 몇 명 입소하게 되면서 관련용품 부족으로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안 뒤 이를 주변 친구와 친지들에게 알려 지금까지 의류 200여점과 교구 등의 영·유아용품을 지원받아 아이들의 양육환경 조성에 도움을 제공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부산지방경찰청 지휘부를 감동시켰다.

이 경사는 “처음엔 단순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경찰관이 된 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많이 보다 보니까 저 스스로 인생과 봉사에 대한 인식의 폭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며 “파김치가 돼 잠들었을 때는 가끔씩 심야에 걸려오는 통역 요청 전화를 못 받을 때도 있지만 더욱 심신을 단련해서 ‘민중의 지팡이’역을 수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