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은 삼풍백화점 붕괴와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같은 사고도 있었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감되던 해였다. 김형주는 ‘모두의 그날’에서 전두환 수감 소식에 접한 택시 기사가 ‘광주’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야기를 전한다. 남자는 광주 항쟁을 진압하기 위한 군인으로 차출됐었다. 그는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모감주나무 군락지로 택시를 몰고 가서 자신과 닮은 창백한 남자의 절규에 접한다.
1995년에는 문민정부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한 해이기도 하다. 이경희는 ‘철거 후’에서 왜곡된 소시민의 역사관을 보여준다. 철거업자에게 “역사란 시간이 쌓이고 이야기가 자라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실한 시간과 공간을 부수고 허물어버린 철거 작업”에 불과하다. 조현은 ‘화성의 물고기를 낚는 경쾌한 낚시법’에서 태풍이 오던 밤의 사고를 떠올리며 이십년 전 그날을 ‘마음속 개밧위’에 새긴다. 채현선의 ‘단추를 세다’는 서사를 해체해 환상적으로 1995년의 4월과 7월을 그려낸다. ‘골목 뒤편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면 먼지 섞인 까만 바람이 일고 물고기 비늘처럼 우우우, 풍등도 일렁이는’ 풍경 속으로 서러운 이모들의 삶이 하나로 녹아든다. ‘집합주유소’(정태언), ‘구이의 시대’(진보경), ’1995년의 결‘(허택)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해를 음각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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