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관한 대화가 아니다. 마흔아홉 살 여자가 불륜을 ‘이루기’ 위해 만난 남성에게 하는 말이다. 이 여자, 20년간 어학원 강사 생활을 하며 남편을 벌어 먹였다. 남편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쿨한 성격인데 단점은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것과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학원 수강생이 모두 사라져 퇴출당한 날 그녀는 호텔에 들어 마지막 수강생이었던 남자와 교신을 한다.
그녀는 어머니가 심어준 고정된 삼각형의 무의식을 떨쳐내고 “순수하고 깨끗한 것들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싶었으나 정작 남자는 열정, 헌신, 친밀감이 빈틈없이 균형을 이루는 정삼각형 사랑을 원한다. 결국 “사십대가 나를 떠나기 전에 내 인생에 한 번쯤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흠집을 남기고 싶었던 낭만적인 갈망”은 식은 재가 되는데, 그녀는 “그래도 만약 누군가가 내 인생에서 마흔아홉 살은 어떤 의미의 나이였느냐고 물어봐준다면, 나는 마흔아홉 살은 내 마음속의 어머니를 비로소 버릴 수 있었던 나이였다고 대답해 줄 것 같다”고 되뇌인다.
표제작의 ‘삼각형’에 대한 문제의식은 등단작 ‘가위바위보’에서도 보인다. 창졸간에 첫 배우자를 잃어버렸던 남자는 여자에게 “이제 저에게 삶은 안정감 있는 사각형이 아니라 언제 어느 방향으로 쓰러질지 모르는 역삼각형, 또는 어디로 굴러가지 모르는 타원형 같은 것”이라고 말하거니와 작가는 여일하게 고정된 생의 도형과 씨름해온 셈이다. 표제작과 함께 투병 후 쓴 단편 ‘작고 마른 인생’도 박완서나 양귀자를 연상케 하는 인생파 소설이다. 이수경은 “늦게나마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작가의 말’에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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